“배터리 분야는 인공지능(AI) 활용에 있어 아직 초기 단계에 있습니다. 제조 공정에서 나오는 방대한 데이터를 AI 솔루션을 개발하는데 활용할 수 있게 되면 전기차 안전성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최근 방한한 치차오 후 SES AI 코퍼레이션 대표는 “AI를 통해 배터리 소재 개발을 가속화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제조 결함을 찾아내고 사고를 감지해 예방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에 본사를 둔 SES AI는 리튬메탈 배터리를 개발하는 회사다. 기존 흑연계 음극재를 리튬메탈로 대체해 무게와 부피를 줄인 배터리다. 에너지 밀도를 높여 전기차 주행거리를 향상시킬 수 있고 도심항공교통(UAM) 같은 차세대 모빌리티에도 적합하다.
SES AI는 2017년부터 배터리 개발에 AI를 활용해왔다. 올해 2분기에는 배터리 소재 연구개발, 제조, 상태 모니터링 등 전반에 AI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내재화한 △제조 △안전 △과학 분야 AI 모델을 다른 기업으로도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방한 기간 중 후 대표는 국내 완성차·배터리 제조사와 만나 AI 솔루션 활용 방안을 논의했다. 최근 전기차 화재가 잇따르면서 배터리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어 파트너사 관심이 크다고 전했다.
후 대표는 “95% 이상의 전기차 화재는 셀 결함 때문에 발생하는데 많은 배터리 제조사들이 비용과 시간 한계로 제조 공정에서 결함을 찾아내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기존 품질 검사 방식으로는 모든 셀을 검사하기 어려운 만큼 AI 솔루션을 활용해 한계를 극복해야한다”고 설명했다.
SES AI가 개발한 '제조를 위한 AI' 모델은 머신러닝 기반으로 제조공정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배터리 품질을 향상시키는 솔루션이다. 기존 배터리 제조사들이 사용하는 검사 공정에 솔루션을 추가로 적용하면 불량 검출률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배터리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안전을 위한 AI'는 배터리 성능(SOH)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잠재적 위험을 조기에 감지한다. 완성차 파트너사와 협업한 결과 40건 이상의 사고를 100% 예측하고 실제 사고 발생 10~30사이클 전에 경고 신호를 보내는 것을 확인했다.
'과학을 위한 AI' 솔루션은 배터리 소재 후보군을 발굴하는 속도를 단축시켜 연구개발을 가속화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지난 30년 동안 업계에서 분석한 분자 수가 500개 정도 밖에 되지 않지만 솔루션을 활용해 1년 안에 1000억개 고유 분자를 매핑하는 것이 목표다.
그는 AI 모델을 고도화시키기 위해 배터리 관련 데이터 접근성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후 대표는 “제약 산업에서는 이미 10년 전부터 AI를 활용해왔는데 배터리 분야는 그동안 비용 절감만을 강조하다보니 관련 투자가 적었던 게 사실”이라면서 “전기차 화재가 늘어나면서 제약 분야 만큼 전기차와 배터리 역시 대중의 건강과 안전에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결함과 관련된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의 지식재산(IP)이 보호된다는 전제 하에 제조사가 가진 데이터에 대한 AI 기업들의 접근성이 높아지면 힘을 합쳐 전기차 안전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SES AI는 현재 현대차, 혼다와 전기차용 리튬메탈 배터리 B샘플(대량 생산 직전 완성단계 제품) 개발을 진행 중이다. 올해 말 UAM 업체와 추가 파트너십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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