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이 해외 광산 투자를 통해 배터리 핵심 소재인 흑연 자급에 성공했다. 그간 국내 수요의 대부분을 중국에서 수입해 온 흑연의 공급망을 다변화한 첫 사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3일(현지시간) 호주 퍼스 크라운 타워스에서 열린 한·호 경제협력위원회에서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아프리카 탄자니아 마헨게 광산의 소유사인 호주 BRM과 4000만 달러 규모의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포스코그룹은 앞서 포스코홀딩스가 투자한 750만 달러에 더해 그룹사 차원에서 BRM의 지분 19.9%를 보유하게 됐다. 이와 함께 마헨게 광산의 흑연도 안정적으로 공급받는다.
마헨게 광산의 흑연 매장량은 6백만톤으로 세계 2위 규모다. 포스코그룹은 2026년부터 연간 3만톤, 2028년부터 연간 최대 6만톤의 흑연을 공급받는다. 이는 전기차 126만대 분량에 해당한다.
이번 계약으로 흑연 공급망이 상당한 수준으로 다변화돼 수급 안정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흑연은 배터리의 양극에서 나온 리튬이온을 저장했다 방출하면서 전류를 흐르게 하는 역할을 하는 핵심 소재다. 전기차 배터리 1개당 흑연 함유량은 20~30% 정도로 단일 광물로는 비중이 가장 크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탄소중립에 대한 지속가능 개발 시나리오 등에 따르면 2020년 대비 2040년 흑연의 수요는 최소 8배에서 최고 25배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공급망은 중국이 쥐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의 2023년 광물 상품 요약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20개국의 글로벌 흑연 생산량 113만톤 중 73%인 82만톤을 중국이 생산했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기준 천연흑연(음극재에 사용되는 인상흑연 등) 수입량은 5만톤으로 중국산 비중이 97%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지난해 10월 고순도 천연흑연 등의 수출을 통제하겠다고 발표했고, 같은 해 12월부터 실행했다. 한국 주요 배터리 기업으로의 흑연 수출은 허가했지만 미국의 중국산 흑연 규제 이행 등 변수가 남아 있어 공급망 추가 확보가 시급 과제로 부상했다.
산업부는 이번 성과를 핵심 광물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민관 협력의 산물이라고 평가했다. 산업부는 지난해 2월 핵심 광물의 특정국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핵심 광물 확보전략'을 발표하고 기업과 함께 흑연 공급망 확보에 나섰다.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은 “한·호주 경제협력의 상징으로 수입의존도가 가장 높은 핵심광물인 흑연의 공급망을 안정화하고 공급망에 존재하는 다양한 제약 여건을 돌파할 수 있는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면서 “정부는 세제, 금융 지원뿐만 아니라 적극적 자원외교로 기업의 위험을 덜고 성과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탄자니아 마헨게 광산 지분 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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