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가상자산 시가총액 7위 리플(XRP)이 국내 주요 은행들과의 협업 의지를 적극적으로 표명했다. 지난 몇 년간 국내 주요 은행이 블록체인 기업들과 합작 법인을 설립하는 등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시장 진입을 모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리플은 한국 시장과의 협업 계획 및 비즈니스 현황을 공유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브래드 갈링하우스 대표를 비롯해 모니카 롱 사장, 데이비드 슈워츠 최고기술책임자, 에릭 반 밀텐버그 수석부사장 등 리플 핵심 임원진들이 총출동했다. 갈링하우스 대표가 한국을 직접 찾은 건 2018년 이후 6년 만이다.
모니카 롱 리플 사장은 “개발자 커뮤니티 면에선 한국 시장에 큰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커스터디(수탁) 사업 중심으로도 한국 기업 및 은행들과 협업하고 싶다”고 말했다.
리플은 이미 2017년부터 우리·신한은행과 리플 블록체인 기반 해외 송금 플랫폼인 엑스커런트(xCurrent) 도입에 관한 논의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협상이 지지부진해지면서 상용화까진 이어지지 못했다. 모니카 롱 사장은 “리플 제품이 국내 은행이 추구하는 방향과 다르게 진화됐다”라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펀드 및 다른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 개발자들을 지원하는 게 단기적인 계획”이라면서 “장기적으로는 커스터디 사업에 주력하다가 이후 규제가 명확해지면 지불로 확대할 것”이라 덧붙였다.
최근 4년간 이어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소송 종결과 관련해 소감도 전했다.
갈링하우스 대표는 “향후 SEC의 항소 여부는 알 수 없지만 법원이 리플(XRP)이 그 자체로는 증권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SEC가 요구한 벌금도 94%나 감액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에 대한 불편한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오는 11월 대선에서 해리스가 당선 되더라도 겐슬러의 임기는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데 돈을 걸 수 있다”고 말했다.
자체 스테이블코인도 올해 하반기 예정대로 미국에서 출시할 계획이다. 모니카 롱 사장은 “프라이빗 베타 버전으로 이미 작동이 되고 있다”면서 “확장을 고려해 신중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리플은 블록체인 및 인공지능(AI) 기반 기술·콘텐츠 기업 퓨처버스에 커스터디 서비스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리플 블록체인 연구 이니셔티브 프로그램(UBRI)에 연세대가 글로벌 58번째 산학 파트너로 합류한다는 내용도 공개했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