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제 '무용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비타민부터 홍삼, 프로바이오틱스, 오메가3까지 인기 있는 영양제 대부분이 실제로는 우리 건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충격적인 주장까지 제기된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국민 10명 중 8명이 영양제를 구매하거나 이용하고 있으며 'K건강기능식품'이 해외까지 수출되는 마당에 효과가 없으면 이 같은 성과를 거두겠냐고 반문한다.
영양제는 치료제가 아니다. 질병 치료가 아닌 예방과 관리에 초점을 맞춘 만큼 명확한 개선 효과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지나친 영양제 의존을 지양하되 추가적인 연구로 효과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영양제의 배신?
올해 들어 우리가 흔히 먹는 비타민C나 오메가3 관련 기존 상식을 뒤엎는 연구결과가 연이어 발표됐다. 정부도 공식적으로 주의를 주면서 영양제에 대한 '배신'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비타민C 메가도스(고용량 복용)용법이다. 이 용법은 당국이 정한 하루 상한 섭취량 2000㎎ 이상을 먹는 것을 뜻한다. 감기부터 각종 피로회복, 암까지 예방한다고 알려지면서 고함량 비타민C 제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국영양학회는 많이 섭취한다고 해서 모두 흡수되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위장관에서 비타민C를 하루 30~180㎎ 섭취하는 경우 흡수율이 70~90% 정도이지만, 1000㎎ 이상 섭취하는 경우에는 흡수율이 50% 미만으로 감소하고 나머지는 소변으로 배출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체외 배출이 어려운 지용성 비타민은 과량복용시 몸에 축적돼 두통, 각질 생성, 태아 기형(비타민A)이나 구역, 구토, 설사, 변비, 가려움(비타민D) 등 다양한 부작용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에 작년 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비타민C 메가도스 용법에 대해 △과량 섭취하지 않도록 주의할 것 △신장질환이 있는 경우 섭취 전 전문가와 상담할 것 △이상사례 발생 시 섭취를 중단하고 전문가와 상담할 것 등 3가지를 권고했다.
흡연자에겐 고함량 비타민이 오히려 독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비타민A(베타카로틴)인데, 이를 과하게 섭취한 흡연자의 폐암 발병률은 그렇지 않은 흡연자보다 16%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국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자국 남성 흡연자 7만7000명을 10년간 관찰한 결과 비타민B6를 하루 권장량보다 13배 초과해 섭취한 경우 폐암 위험률이 1.82배나 높았다.
지난 6월 미국예방의학전문위원회(USPSTF)는 임신부를 제외한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심혈관질환이나 암 예방 목적의 베타카로틴이나 비타민E 보충제는 비권장(D등급), 종합비타민 효과는 증거 부족(I등급)이라고 미국의학협회지에 발표하기도 했다.
심혈관 질환을 예방해 준다고 알려진 '오메가3'도 건강한 사람에게 독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난 5월 영국 의학저널 'BMJ 메디슨'은 40~69세 41만5737명을 대상으로 12년간 조사한 결과 오메가3 보충제를 주기적으로 먹은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심방세동 발병위험이 13%나 높았고, 뇌졸중 위험은 5% 높았다. 다만 기존 심혈관 질환자가 오메가3를 정기적으로 복용하면 심방세동에서 심장마비로 진행될 위험이 15% 낮아졌다.
◇영양제 효과 없어…건강한 식단이 중요
일부 전문가들은 기존에 알고 있던 영양제에 대한 정보를 모두 버려야한다고 주장한다. 개별 영양성분이 우리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문 상당수가 제한된 인원을 대상으로 한 만큼 신뢰성이 떨어지고, 특정 브랜드 영양제에 대한 과학적 효능은 논문을 통해 검증된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실제 명승권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대학원장은 1992년부터 2018년까지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20건의 코호트 연구를 메타 분석한 결과, 음식을 통한 비타민C 섭취는 폐암 위험성을 18% 낮추지만 보충제 형태로 섭취한 경우에는 효과가 없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여기에 더해 한국인 80% 이상이 결핍인 비타민D부터 칼슘, 오메가3, 홍삼, 프로바이오틱스 등 가장 많이 먹는 영양제 모두 효과가 없다고 단언한다.
그 근거로는 개별 영양성분 섭취가 효과 없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가령 음식을 통해 비타민C를 섭취하는 경우 다른 항산화제와 영양 물질이 함께 섭취돼 암을 예방하지만 비타민C 보충제 단독으로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 북유럽에선 알파토코페롤(비타민E)과 베타카로틴(비타민A)의 암 예방 효과를 평가하기 위한 예비 시험 연구를 실시했지만, 위약군 대비 비타민 투여군에서 사망률이 증가해 연구가 중단되기도 했다.
명 원장은 “비타민C뿐 아니라 비타민D가 골절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졌지만 미국의학협회지는 오히려 비타민 및 항산화그룹 사망률이 5% 더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등 상반되는 연구결과가 상당히 많다”면서 “수천 편의 연구 결과를 연구자 수와 수행인원, 질적 수준, 연구비 출처, 연구 질적 수준 등 메타 분석한 결과 멀티비타민, 홍삼, 유산균, 오메가3, 칼슘 등 영양제는 우리 건강에 도움을 주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특정 영양제에 의존해 건강을 관리하기 보다는 다양한 음식물로 고른 영양을 섭취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강대희 서울대 의대 교수는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에서 단일 미세영양소 효과에 대한 연구가 많이 됐지만, 결국 검증된 것은 없다”면서 “흔히 당근엔 베타카로틴이 풍부해 항산화 효과가 있다고 믿지만, 같이 함유된 식이섬유와 결합해 항산화 효과가 높을 수도 있는 것처럼 영양제에 의존하기보다는 균형 잡힌 식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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