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자원순환의 날, 진정한 '자원순환'이란

박종화 노벨리스 코리아 대표
박종화 노벨리스 코리아 대표

역대급 폭염과 열대야 일수를 기록한 2024년 여름이 가고 있다. 올 여름이 앞으로 다가올 여름 중 가장 시원한 여름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기후변화 때문이다. 오래 전부터 이어진 자연의 순환주기가 비틀어지는 것이다. 이를 제자리로 돌리기 위한 첫 노력은 지구의 한정된 자원을 계속 순환해서 사용하는 것이다.

9월 6일은 '자원순환의 날'이다. 2009년 환경부와 한국폐기물협회가 지구환경 보호와 자원 재활용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제정했다. 이 때가 되면 공공기관과 기업의 친환경 활동이 활발해진다. 최근에는 단순 재활용 장려를 넘어 '순환경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인식 수준이 높아졌음을 실감할 수 있다.

기업의 경영활동 또한 생산하고 소비하고 폐기하는 선형구조에서 수명이 다한 제품을 또 다른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순환구조로 변모하고 있다. 재활용 플라스틱을 활용한 제품 생산이나 폐배터리 재활용 노력 등이 그 예다.

그러나 여전히 산업 전반의 자원순환 시스템 구축은 갈 길이 멀다. 개인에게는 재활용품 분리배출의 어려움이 장벽이고, 재활용 소재를 체계적으로 수거해 재생산하는 제도적 지원이나 시스템도 미비하다.

가령 페트병을 재활용해 의류를 만드는 경우, 한번 재활용으로 자원순환은 끝난다. 재활용된 섬유는 다시 다른 섬유 소재로 재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페트병을 바로 버리는 것보다는 섬유로 재탄생시키는 것이 의미가 있다. 하지만 재활용된 섬유를 또 다른 형태로 재사용, 순환시킬 수 있어야 진정한 의미의 순환경제라고 얘기할 수 있다.

순환경제 시스템 체제가 갖춰진 자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알루미늄 캔이다. 알루미늄은 품질 저하없이 무한히 반복해 다시 쓸 수 있는 순환 자원이다. 폐알루미늄을 재활용하면 보크사이트를 채굴해 알루미늄을 만드는 에너지의 5%만으로 알루미늄을 만들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도 95% 줄어든다.

경북 영주의 아시아 최대 알루미늄 재활용 센터에서는 매년 약 180억개 이상 폐 알루미늄 음료 캔이 새로운 음료 캔 소재로 재탄생한다. 수거된 알루미늄 캔이 재활용센터로 제대로 공급만 된다면 무한 재활용이 가능하다. 소비자가 사용한 알루미늄 캔이 재활용을 거쳐 다시 판매점에 오기까지 약 60일이 소요된다. 1년이면 여섯 번 재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국제알루미늄협회(IAI)에 따르면 국내에서 폐기된 알루미늄 캔이 다시 캔으로 재활용되는 비율은 37%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다른 산업에서 합금 소재나 한번 사용 후 폐기되는 탈산제로 쓰인다.

우리나라의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RP)는 폐알루미늄 캔이 무한 순환할 수 있는 캔으로 사용되거나, 탈산제 등 일회성 재활용으로 사용되는 것과 상관없이 모두 재활용된 것으로 간주한다.

순환경제의 핵심은 순환자원을 같은 용도로 무한 반복해 재사용하는 '닫힌고리순환'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알루미늄 캔은 다시 캔으로 재활용돼야 고유의 물성을 유지하면서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자원순환의 날' 제정 취지처럼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한 번 사용된 자원이 순환하여 다시 이용될 수 있도록” 하려면 순환자원의 양적인 수거 목표에서 나아가 캔이 다시 캔으로 재활용되는 '캔투캔' 등 질적인 자원순환 촉진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과 관행 정착이 필요하다. 저탄소 순환경제로 나아가고 지구의 기후위기를 늦추기 위해 어렵지만 가야할 길이다.

박종화 노벨리스 코리아 대표 jonghwa.park@novelis.adityabir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