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트림 내놓으며 가격 인하도
1년 탄 벤츠…잔존가치 56% ‘뚝’
중고차 시장도 시세 하락세 뚜렷
지난달 대규모 화재 이후 전기차 포비아(공포증) 현상이 지속되며 신차와 중고차 가격이 동반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달 자동차 업계가 전기차 할인 프로모션을 강화해 신차를 최대 20~30% 할인하는 가운데 중고차 시세 역시 큰 폭으로 떨어졌다.
신차 플랫폼 겟차와 딜러사에 따르면, 이달 아우디와 폭스바겐, BMW 등 수입차 업체는 전기차 재고 물량을 중심으로 20~30%의 역대급 할인율을 제시하고 있다.
수입 전기차 가운데 할인 폭이 가장 큰 차종은 아우디 'e-트론'으로, 2023년식 기준 신차 가격 대비 29.5%(약 3455만원)를 할인한다. 이어 폭스바겐 'ID.4' 2023년식(23.1%), BMW 'iX3' 2024년식(20%) 순으로 할인율이 높았다.
반면, 화재 사고로 공격적 판촉이 어려운 메르세데스-벤츠는 주요 전기차에 3%가량 할인을 제공하는 등 이전보다 프로모션을 대폭 줄이는 모양새다.
완성차도 전기차 가격을 낮추고 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6'를 대상으로 이달 최대 1050만원의 구매 조건을 내걸었다. 아이오닉 6는 기본 100만원 할인에 이달 EV 10만대 특별 혜택 100만원을 추가했다. 7월 이전 생산분은 300만원을 할인한다.
현대차는 이례적으로 이달 신규 트림까지 추가하며 전기차 공식 가격을 인하했다. '코나 일렉트릭'과 '아이오닉 5', '아이오닉 6' 제품군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강조한 기본형 신규 트림 'E-밸류 플러스(+)'를 출시했다.
E-밸류 플러스는 기존 스탠더드와 동일한 배터리를 유지하면서 꼭 필요한 옵션만 넣은 트림으로, 가격을 기존보다 210만~290만원 낮춰 실구매가 3000만원대에 전기차를 구매하도록 했다.
중고차 시장에서도 전기차 시세 하락세가 뚜렷하다. 화재로 안전성 문제가 대두된 벤츠 'EQE 350+' 모델은 2023년식 기준의 중고차 시세는 5790만~6800만원으로, 신차 출고 1년 만에 잔존 가치가 56%까지 하락했다.
현대차 '아이오닉 5' 롱레인지 2022년식은 신차 대비 55%, 기아 'EV6' 롱레인지 2022년식은 신차 대비 63%의 잔존 가치를 유지했다. 전월과 비교해 2~3% 하락한 수치다.
첫차 관계자는 “이달 중고차 시세는 전기차가 전반적으로 하락한 반면 하이브리드차 시세가 오르는 상이한 움직임을 보였다”며 “당분간 전기차 수요가 개선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
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