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기된 디지털 플랫폼 규제 입법 논의가 헌법 원칙과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학계는 플랫폼법이 헌법상의 무죄추정의 원칙, 자기책임원리, 과잉금지 원칙 등을 위반할 소지가 크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사후적 규제 원칙이 적절하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5일 한국헌법학회가 주최한 '플랫폼 규제 입법 쟁점 특별 세미나'에 참석한 학계 전문가들은 현재 논의되고 있는 플랫폼 규제 법안에 담긴 시장지배적 사업자 사전 지정, 입증책임 전환 등의 특성이 헌법적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황성기 한양대 교수는 온라인 플랫폼 경쟁촉진법안의 위헌적 특성을 짚었다. 황 교수는 '시장지배적 플랫폼 사업자 사전 지정'과 '경쟁 제한성 추정·입증책임 전환제'가 헌법 원칙과 충돌한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무죄추정의 원칙 △자기책임원리 △과잉금지원칙 등을 위반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우선 5가지 금지 행위(자사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데이터 이동·접근 제한, 최혜대우 요구)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 조치가 언제든 가능하다는 점, '입증책임 전환'이라는 불이익 처분을 부과한다는 점 등에서 무죄추정의 원칙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자기책임원리에 의거, 경쟁당국인 공정위가 입증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예외적 상황은 전문적인 지식과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가 존재할 경우로 한정된다는 설명이다.
또 플랫폼법은 과잉금지 원칙 판단 기준인 △목적 정당성 △수단 적합성 △침해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요건 중 다수를 충족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황 교수는 “플랫폼 규제시 소비자 편익, 입점 업체의 권익, 기업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균형있고 조화롭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경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 지정교수는 유럽연합(EU),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의 디지털 플랫폼 규제 입법 사례를 분석하고 글로벌 규제가 한국 시장 상황에 적용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 온라인 플랫폼 경쟁에 대한 규제는 현재 적용되고 있는 방식으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의 '사후적 규제 원칙'과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적지위와 남용행위에 대한 심사지침의 '구체적 심사기준 적용' 등이 적절하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소비자 보호, 아동·청소년 보호, 표현의 자유 보장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다른 기본권 보장에 대해서는 별도의 법률로 입법이 추진돼야 할 것이라 판단했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 환경에서 충분한 조사나 규제 효과를 고려하지 않은 채 EU의 디지털시장법(DMA)을 따라간다면 위험하다”며 “AI 법이나 데이터법 등 여러 법안이 겹쳐지며 플랫폼 기업이 과도한 규제를 받지는 않을지 종합적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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