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흔들리는 인텔과 美 반도체 공급망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인 인텔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실적악화로 전체 인력의 15%를 감원하고 나선 데 이어, 사업 매각도 추진하는 모습이다. 파운드리와 FPGA 사업 부문의 분사 또는 매각 가능성이 블룸버그, 로이터 등 외신에서 연일 보도되고 있다.

인텔이 위기에 빠진 결정적 배경에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사업) 사업이 자리하고 있다. 2021년 CEO로 복귀한 팻 겔싱어는 파운드리 사업 진출을 선언하며 2030년까지 삼성전자를 꺾고 TSMC에 이은 업계 2위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회사는 반도체 미세회로를 그리는 최신 노광장비인 '하이 NA'를 가장 먼저 사들였고, 14A(1.4㎚)·18A(1.8㎚) 등 경쟁사들이 못한 1㎚ 대 초미세공정을 구현하겠다며 공격적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시장은 만만치 않았다. 2분기 매출 128억달러(약 17조1392억원), 순손실 16억1000만달러(약 2조1557억원)를 기록한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에서만 28억달러(약 3조7492억원)에 이르는 영업적자를 냈다. 회사 전체가 파운드리에 발목 잡힌 것이다. 상반기에만 파운드리에서 쌓인 누적 적자가 53억달러(약 7조800억원)에 달했다.

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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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건 먼저 파운드리 사업의 어려움을 보여줘서다. 인텔은 반도체 업계 '헤비급 챔피언'이다. PC는 물론 서버용 프로세서 시장에서 독점적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정부지로 오르는 파운드리 투자 비용을 감당 못해 흔들리고 있다. 비메모리 분야로 성장해야 하는 국내 반도체 업계에 큰 시사점을 던진다.

또 이번 인텔의 구조조정은 미국 정부의 반도체 제조 전략과도 맞닿아 주목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아시아로 넘어간 반도체 제조 공급망을 미국으로 가져오겠다며 자국 내 반도체 투자 시 보조금 지급을 골자로 한 '칩스법(Chips Act)'을 만들었다. 미 반도체 부활의 선봉에 선 곳이 바로 인텔이었다. 인텔은 애리조나·오하이오·뉴멕시코 등 4개주에 대한 1000억달러를 들여 반도체 공장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이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일각에서는 인텔의 위기가 한국 반도체 업계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세계 챔피언인 인텔도 휘청이고 있다. 장밋빛 전망은 금물이란 얘기다. 인플레이션과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황에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도 미국 공장 가동을 연기하고 있다. 철저히 반면교사로 삼아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