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처리장치(GPU) 등 고성능 컴퓨팅 자원을 지원하는 122억원 규모 정부 사업에서 사용자 모집이 미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 요구에 맞춰 지원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5일 인공지능(AI) 업계에 따르면, AI 기업들이 AI 연구개발(R&D)에 필수인 GPU 부족을 호소하지만 정작 정부 GPU 지원 사업 참여엔 미적지근한 모습이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지난 2~4월 연장 공고까지 내며 '고성능 컴퓨팅 지원 사업' 사용기업 700여곳을 모집하려고 했지만 신청 부족으로 150여곳이 미달됐다.
해당 사업은 AI를 연구개발하는 중소·벤처 기업, 대학교(원) 등에 고성능 컴퓨팅 자원을 제공해 AI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게 목표다. 2019년부터 5년간 매년 진행됐다.
AI 기업이 해당 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GPU를 지원받기 위한 비용이 지난해 대비 상승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테라플롭스(TF) 수준의 연산능력을 가진 GPU는 지난해 무상으로 지원됐지만 올해는 민간부문 사용자는 월 25만원, 청년기업은 월 12만5000원을 지불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최대 연산능력인 1PF(페타플롭스) 수준의 GPU 지원은 지난해 민간부문 사용자 대상 월 600만원에서 월 1250만원, 청년기업 대상 월 200만원에서 월 625만원으로 2~3배 올랐다.
GPU를 지원받는 기업이 치르는 비용이 늘어난 만큼 GPU 지원 수준도 높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AI 기업 대표는 “AI 개발을 위해서는 H100 100장 이상은 필요한데, 정부가 지원하는 20TF, 40TF 수준의 GPU 지원으로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광주 인공지능융합사업단(AICA)의 고성능 컴퓨팅 지원 사업만큼이라도 GPU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NIPA의 고성능 컴퓨팅 사업은 기업·기관 당 20·40·80·160테라플롭스(TF), 소수 기업에 대해서 특별지원으로 1페타플롭스(PF) GPU 서버 1식을 제공한다.
그에 반해 AICA의 고성능 컴퓨팅 지원 사업의 경우 1개 기업에 적게는 0.5PF에서 많게는 4PF의 GPU 서버를 제공한다.
지난해 해당 사업에 참여했던 한 AI 기업 대표는 “GPU 모델은 거대언어모델(LLM)을 올릴 수 있을 만큼의 용량이 돼야 하는데, 지원받은 GPU 용량으로는 부족했다”며 “올해 사업이 미달됐다면 그만큼 지원 대상을 집중해 GPU 지원 수준을 높이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동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 김재철AI대학원 책임교수는 “현재 정부의 GPU 서버 지원 수준은 본격적으로 AI 개발을 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며 “GPU 지원 단위의 최대치를 대폭 높이는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대인 기자 modernm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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