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년 만에 신종 인플루엔자 대유행 대응 계획을 개정, 선제적인 국가 방역체계를 확립한다. 실험실 감시를 200개소로 확대하고, 초기 6개월 대응 가능한 치료제까지 비축한다. 12시간 내 검사결과가 나오는 원스텝 검사법 개발과 최대 200일 내 백신 개발 기술까지 확보한다.
질병관리청은 감염병 팬데믹 대비를 위한 '신종 인플루엔자 대유행 대비·대응 계획'을 6일 발표했다. 이번 계획은 2018년 이후 6년 만에 개정한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다음 팬데믹으로 신종인플루엔자를 유력하게 지목하면서 국가 계획으로 준비해야 할 중점과제로 권고한 사항을 반영한 것이다.
특히 최근 조류인플루엔자 인체감염증이 지속 보고되는 등 위험수위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가을철 철새 유입 등으로 조류 인플루엔자 발생 위험이 시작되기 전 선제적 준비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예측한 신·변종 인플루엔자 대유행 피해규모에 따르면 고전파율과 고치명률 상황에서 방역 개입이 없을 경우 300일 내 인구 대비 최대 약 40%가 감염되고 정점까지는 110여일이 소요될 것으로 추계했다. 국가 차원에서 방역조치를 취할 경우 최대 환자 수를 35% 수준으로 감소시키며 유행 정점기를 110일에서 190일로 지연시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우선 국내 감시를 위해 표본감시 의료기관을 300개소에서 1000개소로 확대한다. 병원체 유전자 분석을 위한 실험실 감시도 현 180개소에서 200개소로 늘린다. 인공지능(AI)과 다학제적 예측모형을 개발해 유행단계별 환자 발생 예측도 고도화한다.
초기 6개월 대응 가능하도록 전 국민 대비 25% 수준의 치료제를 비축하고 방역 물자도 비축한다. 신속진단을 위해 원스텝 검사법을 개발해 현재 72시간 소요되는 것을 12시간 내 확인하도록 한다. 감염병 병상도 현 110여 개에서 3500여 개로 확대 구축한다.
유행 발생 시 100일 또는 200일 내 백신을 개발하는 전략도 수립한다. 유행 예측 항원형에 대한 백신이나 시제품을 개발해 유행 시 이를 활용한 신속 개발을 추진한다. 동물과 사람 모두 감염되는 인수공통감염병 관리를 위해 원헬스 통합전략도 수립한다. 사람, 동물 유래 바이러스를 추적하고 서식 환경과 철새 이동 등 정보를 연계 분석해 위험을 조기 발견한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감염병 대유행은 국민의 건강뿐 아니라 사회 필수서비스를 포함해 교육·산업 등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사전대비가 중요하다”며 “인플루엔자는 백신과 항바이러스제라는 대응수단이 있는 만큼 새로운 바이러스 유행 시 백신을 빨리 확보할 수 있도록, 신종 인플루엔자특성(항원형)에 맞는 백신 시제품을 개발하고, mRNA등 백신플랫폼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