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는 '여·야·의·정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정원 확대를 포함한 의료개혁 문제를 논의하자는 정부·여당의 제안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의대 정원 관련해선 2025년도 정원 문제 해결이 우선이라는 주장을 되풀이 했다.
6일 대한의사협회(의협) 관계자는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 제안에 대해 “아직 의협에 공식적으로 협의체 구성에 관한 제안이 오지 않았고, 협의체를 통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도 없어서 아직 참여 여부를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섣부르다”고 말했다.
2026년 의대 증원 규모도 논의 대상으로 열어둔 것에 대해서는 “2026학년도 의대 증원에 대한 협의는 당연한 것”이라며 “당장 2025년 (의대증원)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그다음 논의는 의미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오는 9일부터 수시가 시작되는데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내년 의대증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복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며 “이제라도 정치권의 인식이 변하는 것은 다행이지만, 전공의와 의대생 의견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관계자도 “2025년 의대증원 원점 재검토가 되지 않으면 전공의와 학생들이 복귀하지 않을 거라 교수들이 협의체에 들어가기는 어려울 듯하다”며 “전공의들과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의대 교수들이 협의체에 참여하면 전공의들과 사이만 틀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뭐든지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도 “안건을 제한하지 말고, 논의 과정을 공개해야 한다. 적어도 속기록을 제대로 만들고 밀실에서 논의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협의체 구성 제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직 전공의는 “전공의들이 바라는 게 의료 파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합리적인 논의를 바라는 거라 협의체 구성 자체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서도 “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있고 언제든 (정부가) 말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이 있어서 굉장히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2026학년도가 아니라 2025학년도 의대증원에 대해서 이야기해야 한다”며 “아직은 의료계와 (정치권의) 의견에 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지금이라도 2026학년도 의대 증원을 포함해 의료 개혁 문제에 대해 얼마든지 열린 마음으로 원점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와 당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동훈 대표는 이날 현안 브리핑에서 “의료 공백 상황에 대한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지역·필수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를 구성·운영하자”고 제안했다. 대통령실은 2026년 증원 규모를 조정할 수 있으며, 여·야·의·정 협의체도 구성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