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차세대 배터리 소재 '에어로젤' 양산 초읽기에 들어갔다. 에어로젤은 배터리 열폭주를 차단할 수 있는 고성능 단열 소재다.
8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충남 당진 소재 석문산업단지에 짓고 있는 에어로젤 공장 장비 반입을 완료하고 시운전을 시작했다. 4분기 본격 가동이 예상된다.
에어로젤은 공기를 뜻하는 '에어로(Aero)'와 고체화된 액체를 의미하는 '젤(Gel)'의 합성어다. 95% 이상이 기체로 구성돼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고체'로 불린다. 공기처럼 가볍고 미세 입자나 열을 거의 흡수하지 않는다.
머리카락 1만분의 1 굵기의 이산화규소(SiO₂, 실리카)가 얽혀있는 나노 구조로 1000℃가 넘는 열에도 버틸 수 있어 단열과 방음 효과가 뛰어나다.
최근 잇따르는 화재 사고로 전기차 배터리 안전성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가운데 에어로젤이 차세대 열차단 소재로 주목받는 이유다.
배터리가 과열된 뒤 주변으로 열을 옮기며 급속히 연쇄 폭발하는 현상인 열폭주 현상은 화재 진압과 대피 골든타임 확보를 어렵게 한다.
배터리 단열재는 열 전이를 지연시켜 화염 전이 속도를 늦추고 대피시간을 확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에어로젤은 이 외에도 대기권에 진입할 때 고열을 견뎌야하는 우주선과 우주복용 단열재로 쓰인다. 산업 현장에서 배관이나 설비 단열재로 사용하면 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친환경 에너지인 액화수소 수소·보관에도 활용된다. 우주, 모빌리티, 에너지, 배터리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며 연평균 30% 이상 시장 성장이 전망된다.
에어로젤은 초임계(액체와 기체가 구분되는 임계점 이상의 온도 및 압력에서 존재하는 물질의 상태) 건조 방법을 통해 생산된다. 이산화규소 젤을 만든 후 압력용기에 넣고 초임계 상태 이산화탄소를 흘려주면 젤 내부에 존재하던 수분이 이산화탄소로 치환된다. 이 이산화탄소가 기체 상태로 빠져나오면 그 자리에 공기가 유입돼 기공이 95% 이상인 다공성 에어로젤이 만들어진다.
LG화학은 2013년부터 에어로젤에 대한 연구개발을 진행해왔다. 시장 수요에 따라 양산 투자를 결정하고 지난해 3월 당진 약 24만㎡ 부지에 총 3100억원을 투자해 국내 최초 초임계 열분해 공장과 에어로젤 공장을 착공했다.
업계 관계자는 “에어로젤은 기존 단열재와 비교해 무게가 가볍고 부피를 줄일 수 있으면서도 단열 효과는 훨씬 더 뛰어나 최근 수요가 매우 커지고 있다”면서 “특히 배터리 단열 소재로 적용하면 열 전이를 지연해 화재 확산을 예방할 수 있고 겨울철 배터리 성능 저하 문제 등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