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민 페스카로 대표, “소프트웨어 기반 지속가능한 서비스로 미래 모빌리티 경쟁력 확보”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실현 위해 느슨한 연결(Decoupling) 및 업계 인식 변화 필요
소프트웨어 중심 운영관리 솔루션(SDO) 활용해 업무 효울성 ↑

홍석민 페스카로 대표(제공:페스카로)
홍석민 페스카로 대표(제공:페스카로)

자율주행차가 거리를 누비고 스마트폰과 차량이 연결되는 시대다. 우리는 모빌리티 혁명의 한가운데 서 있으며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국내 최대 자동차 첨단 기술 콘퍼런스 'AID 2024'(Automotive Innovation Day 2024)에서 '모빌리티 시대에는 일하는 방식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SDO(Software-Defined Operation) 컨셉을 제시하며 화제를 모은 인물이 있다.

미래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솔루션 전문기업 페스카로의 홍석민 대표다. 홍 대표를 만나 자동차 산업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현재 모빌리티 업계에서 가장 주목하는 키워드가 있다면.

▲단연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다. 기존의 내연기관차는 하드웨어 중심으로 설계되어 한 번 출시되면 기능 변경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소프트웨어로 차량의 주요 기능을 제어하고 업데이트를 통해 성능을 개선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 가장 잘 실현하는 자동차 제작사가 테슬라(Tesla)다. 테슬라는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함으로써 소비자에게 지속적으로 향상된 가치를 제공하며 이를 통해 자동차에도 구독 모델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제공:페스카로
제공:페스카로

소비자는 차량을 구매할 때 디자인, 브랜드, 가격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본인이 소유한 차량이 항상 최신식으로 유지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 진정한 니즈라는 점을 테슬라를 통해 확인했다. 이러한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자동차 제작사들에게 새로운 수익 모델을 제공하는 것이 SDV다.

SDV를 실현하기 위해서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 또한 변화하고 있다. 전통적인 V-모델은 양산 단계에서 사실상 소프트웨어 개발이 종료되기 때문에 양산 이후 품질을 개선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데브옵스(DevOps)라는 새로운 방법론이 대두되고 있다. 데브옵스는 개발(Development)단계와 운영(Operations)단계를 통합하여 설계부터 모니터링 과정까지 순환하며 제품을 개선하는 방식이다. 이로써 양산 이후에도 상품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수 있게 되었다.

V-모델과 데브옵스(제공:페스카로)
V-모델과 데브옵스(제공:페스카로)

-SDV 실현을 위해 업계의 인식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나.

▲모빌리티의 경쟁 환경이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본질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차량 양산 이후에도 지속적인 서비스 진화를 통해 사용자 경험을 향상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아래 세 가지 요소가 융합될 때 SDV의 진가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기술보다는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 SDV의 경쟁력은 자동차 제작사가 최신 기능을 더 빠르게,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양산 차량에 효과적으로 적용하는 것이다. 중앙집중형 아키텍처, 차량 운영체제(OS) 등 SDV를 이루는 다양한 기술이 있다. 이러한 기술을 모두 적용할 수도 있고 상황에 따라 일부만 사용할 수도 있다. 기술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술을 통해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다.

둘째, 자동차 제작사와 제어기 개발사 간 또는 자동차 제작사와 써드파티(3rd party) 간 느슨한 연결(Decoupling)이 필요하다. 느슨한 연결이란 상호 의존성을 낮춰 시스템 구성 요소가 일부 변경될 때 발생하는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시스템 구성 요소 간 독립성을 높이면 소프트웨어의 유연성과 확장성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소프트웨어의 실체적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 단발성 개발 용역 서비스에 대한 인식을 넘어 하나의 상품으로써 소프트웨어의 가치가 인정되어야 한다. 미래 모빌리티를 위한 소프트웨어의 진짜 경쟁력은 개발 단계보다 지속적인 '유지보수'에서 발현될 것이다. 따라서 출시 전에 높은 개발 비용을 투입하는 것 보다 출시 이후 지속적인 추가 개발 및 유지보수를 통해 품질을 개선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전략이 될 것이다.

홍석민 페스카로 대표(제공:AEM)
홍석민 페스카로 대표(제공:AEM)

-모빌리티 시대에서 경쟁의 본질은 무엇인가.

▲경쟁의 본질은 '소비자가 인정하고 기꺼이 지불하는 가치'를 지속적으로 극대화하는 데 있다. 이 부분에 대한 키를 쥐고 있는 '소프트웨어'가 앞으로 차량의 핵심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제품 개발 방식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환해야 진정한 서비스 혁신을 실현할 수 있다.

페스카로는 이러한 소프트웨어 중심 운영관리 솔루션을 'SDO(Software-Defined Operation)'라고 정의했다. 차량 생애주기와 자동차 산업 밸류체인 전체에 걸쳐 복잡하게 얽힌 업무들을 한곳에서 일원화하여 관리하고 소프트웨어의 변경으로 인한 유기적 영향을 전산화된 시스템을 통해 쉽고 편리하게 추적하며 분석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자동차 제작사는 SDO 솔루션을 활용하여 기존의 복잡한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함으로써 차량 품질 개선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실제 SDO를 통해 생산성이 향상된 사례를 소개해달라.

▲자동차 제작사와 전기차 충전기 제작사의 사례를 소개하고 싶다.

유럽에서 자동차를 판매하려면 자동차 사이버보안(UN R155) 및 소프트웨어 업데이트(UN R156) 규제를 준수해야 한다. 많은 자동차 제작사들이 실제 차량 개발 업무와 별도로 규제 대응을 위한 업무를 수행하며 업무 효율성이 저하되는 문제를 겪고 있다. 페스카로는 이러한 업무 중복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통합 운영관리 시스템을 개발해 글로벌 완성차 제작사에 구축한 바 있다.

해당 시스템의 핵심 기능은 사이버보안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차량이 실제 운행되는 과정에서 소프트웨어 결함이나 보안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빠르게 인지하고 조치가 가능하다. 더불어 차량 개발 단계로 재진입하여 해당 소프트웨어를 보완한 후 성능이 향상된 차량을 재생산할 수 있다.

추가로 차량의 소프트웨어 버전 및 이력에 대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여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시 유기적으로 연결된 시스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복잡하게 연계된 파생 및 후속 프로젝트까지 효율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운영관리 리소스 최적화 및 지속적인 사이버보안 고도화를 실현할 수 있게 되었다.

페스카로는 이러한 SDO 컨셉을 전기차 충전기에도 접목했다. 전기차 충전기는 과열되거나 배터리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화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상 징후를 신속하게 파악하고 조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더불어 원거리에 분포되어 있는 다수의 충전기를 원격으로 일괄 관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중심 차세대 충전기(Software-Defined Charger, SDC)를 위한 통합 운영관리 시스템을 개발했다. 실제 글로벌 충전기 제조사에 도입된 솔루션으로 충전기 모델 및 구성품별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여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를 통해 서비스 품질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할 수 있어 전기차 충전기에 대한 유지보수 이슈에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SDO는 사이버보안 및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처럼 복잡하게 연결된 유기적인 업무에 적용되었을 때 진가를 발휘한다. 특히 고객사 환경 및 특성에 최적화된 시스템을 구축하면 업무 효율성 향상, 관리 일원화로 인한 편의성 증대, 비용 절감 및 개발 기간 단축 등이 가능하다. 아울러 양산 이후 품질을 고도화 시킬 수 있는 검증된 전략으로 SDV 경주에서 견고한 기반이 되어줄 것이다.

구교현 기자 ky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