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이 뜨거워지면서 발생한 해양과 대기 간 수분 불균형 현상이 더 강력한 태풍을 만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태풍이 고수온 해역을 지나면 급격하게 강화된다는 연구 결과를 네이처 자매지 '지구·환경 커뮤니케이션즈(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게재했다고 10일 밝혔다.
박명숙 KIOST 해양위성센터 연구팀은 대표적인 태풍 발생 해역인 북서태평양과 대서양의 고해상도 해수면 온도 자료(미국해양대기청), 마이크로파 위성 강수자료(미국항공우주국) 등을 활용해 지난 38년간(1982~2019) 고수온 해역을 지난 128개 태풍과 일반 해역을 지난 184개 태풍을 비교·분석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태풍이 고수온(Marine Heatwaves) 해역을 지날 때 가열된 바닷물과 대기 간 온도차로 인해 바닷물이 대기 중으로 수증기를 활발하게 공급하는 '수분 불균형(Moisture Disequilibrium)' 현상이 나타났다. 그 결과 대기 아래층 태풍 중심부에 많은 양의 수증기가 유입되고 강한 비구름 떼를 동반한 저기압성 소용돌이(Vortical Hot Tower)가 기존 태풍의 순환을 강화했다.
반면, 일반 해역에서는 '수분 불균형' 현상이 크지 않아 수증기 유입량이 적고 비구름 떼도 약하게 나타났다.
태풍이 일반 해역을 지날 때 평균 최대 강도는 78.80노트(knot)였고, 고수온 해역을 지날 때는 106.72노트로 약 35% 더 강해졌다. 강수량도 고수온 해역을 지날 때 약 1.5~2.5배 증가했다.
지난 2017년 중국 등에 큰 피해를 준 태풍 '탈림(Talim)'의 경우 북서태평양 고수온 해역(30도 이상)을 지나면서 태풍 최대 강도가 40노트에서 120노트로 강화됐다.
그간 고수온과 특정 시기에 발생하는 단일 태풍과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연구는 더러 있었지만 이번처럼 장기간 발생한 수백 개 태풍을 대상으로 고수온과의 직접적 영향을 규명한 연구는 세계 처음이다.
이희승 KIOST 원장은 “고수온과 태풍의 직접적 상호작용을 확인한 중요 연구 성과”라며 “기후변화와 이상기상 현상을 예측하고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기초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임동식 기자 dsl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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