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와 디지털 전환]AI 버블을 넘어 소버린 AI가 열어갈 미래

미국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로 글로벌 자산시장의 출렁임이 심상치 않다. 인플레가 안정화되고 기다리던 금리인하의 시기가 다가왔지만, 글로벌 시장을 지탱해 주던 미국 경기의 하강이 시작된다면 금리인하는 따뜻한 군불이 아니라 거대한 산불의 신호탄이 될지도 모른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미국 자산시장을 자극하는 것 중 하나는 인공지능(AI)의 버블 논란이다. AI 대장주 엔비디아의 주가가 뛰어난 실적에도 하락세를 보이는 것은 시장의 불안감을 잘 반영하고 있다.

AI가 과연 버블인가? 이 뜨거운 논쟁에서, AI 기술의 실체와 효율성이 전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설득하는 것은 지금 큰 의미를 가지지 않는 것 같다. 이제 시장은 AI로 수익성을 창출하는 기업들이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그 기여도를 수치로 증명해 달라는 요구가 더 거센 탓이다. 하지만 기술 혁명은 항상 버블과 검증 사이에서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인터넷 버블이 그러했듯이, 이번 AI 혁명의 롤러코스터를 끝까지 견디는 기업이 결국 과실을 얻게 될 것이다. 그리고 AI가 단순히 산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넘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면, AI의 미래에 대한 신뢰는 더욱 강해질 것이다.

올해 초, 젠슨 황이 엔비디아의 지속적 성장에 대해서 기술적으로는 차세대 플랫폼 블랙웰, 새로운 시장으로서 소버린 AI를 언급하면서 소버린 AI가 상당한 관심을 모으기 시작했다. 소버린 AI는 각국이 자주적 AI 기술과 인프라를 구축하자는 개념으로 국가적 가치와 문화의 관점에서, 기술적 종속성의 해소 관점에서 그 필요성이 공감되고 있다. LLM으로 대표되는 생성형 AI는 높은 수준으로 언어를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특정 문화권에서 편향된 데이터로 학습된 AI 가 다른 문화권의 특성을 간과하거나 왜곡할 수 있어 독립성이 필요하다. 또 AI는 우리 삶 전반에 걸쳐 영향을 주는 혁명적 기술이기에 특정 국가의 기술적 종속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서 여러 국가는 생존의 관점에서 자국의 언어와 문화를 반영한 LLM과 AI 원천기술을 내재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를 위한 반도체, 클라우드, 전력 등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소버린 AI가 창출할 새로운 시장에 주목한 글로벌 기업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네이버의 행보가 가장 눈에 띈다. 이미 충분한 로컬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고, LLM 기술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운영할 클라우드와 대중에게 전파할 서비스까지 갖추고 있어, 과연 우리나라에서 네이버를 대체할 후보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네이버는 소버린 AI 가 가진 거대한 잠재력에 배팅하며 올해 젠슨 황과 직접 만나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을 뿐 아니라 영미권 기술에 거부감이 있는 중동에 진출하는 등 전략적 움직임을 띄고 있고 최근 KT도 마이크로소프트(MS)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소버린 AI에 베팅한 상태다.

AI비서나 자율주행처럼 기대감 높은 서비스가 실생활에 체감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AI는 점진적으로 우리 생활과 산업 전반에 걸쳐 그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그리고 어느 순간 AI는 우리의 모든 것을 바꿔 놓을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서 소버린 AI는 국가적 정체성을 유지하고 기술 종속을 해결할 하나의 방법이자, 그 자체적으로 기술 생태계를 이루게 될 것이다.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와 LG의 '엑사원' 오픈소스는 대한민국 소버린 AI의 중요한 구성 요소가 될 수 있다.

중소 AI 기술기업들은 자체적인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고 키울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거대자본이 뒷받침된 상용 AI 나 오픈소스 생태계를 적극 활용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소버린 AI의 관점에서도 기술 생태계의 저변을 확대하고, 전략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소버린 AI는 국가의 미래 생존권과 관련된 사안일 뿐 아니라 중소기업이 놓쳐서는 안 되는 중요한 시장이다.

정상원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서비스혁신위원장·이스트소프트 대표 bizwazy@estsof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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