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실수요자 주택담보대출 제한을 완화한다. 그간 가계대출 관련 발언으로 '관치금융' 지적을 받아 온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가계대출 급증세와 관련해 세밀하게 입장과 메시지를 내지 못한 부분, 국민이나 은행 창구 직원에게 불편과 어려움을 드린 점에 대해 죄송하다”면서 사과했다. 사실상 은행이 자율적으로 가계대출 기준을 정해야 한다고 입장을 바꾼 것이다.
금감원은 1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8개 국내 은행 은행장이 참여한 간담회를 열고 주담대를 중심으로 한 가계대출 증가세 대책을 논의했다.
이 원장은 이날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간담회에서) 은행마다 여신 포트폴리오가 달라 심사에 대한 특정 기준을 세우되, 그레이존은 은행연합회와 논의하는 방식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은행 자율로 대출 기준을 세우라는 취지다.
지난 달 말부터 '유주택자 주담대 전면 중단' 방침을 밝힌 시중은행은 1주택자 등 실수요가 있는 경우에 한 해 대출을 내주는 방향으로 기준을 완화한다.
우리은행은 9일 △가구원 중 주택을 소유한 결혼예자 △상속으로 불가피하게 2년 내 물려받은 주택이 있는 유주택자에게 △이직, 자녀 교육 등을 이유로 이주가 필요한 실수요자에겐 주택 유무와 무관하게 주담대와 전세대출을 허용하기로 했다.
신한은행 역시 이날 신규 주택 구입 목적 주담대 실행 '당일'에 기존 보유 주택을 매도하는 조건으로 주택 매수 계약을 체결한 경우 대출을 내주기로 했다.
실수요자 대상 대출이 일부 완화됐지만, 정부는 가계대출 증가세에 여전히 경고등을 킨 상태다. 이 원장은 이날 “급격한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감에 편승해 특정 자산에 쏠림이 있도록 포트폴리오를 운영하는 건 은행 입장에서도 적정한 관리가 아니고, 소비자 입장도 상환 부담이 크다”면서 “대출 절벽이라는 오해를 받지 않도록 체계·점진적 스케줄을 갖고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10∼11월 가계대출 흐름, 2단계 스트레스 DSR 효과, 은행 여신 심사 정밀화 등을 살펴봐야 한다”면서 '은행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한도 차등화' 등 추가 가계대출 관리 방안 가능성을 열어놨다.
최근 금융권은 주담대 제한 풍선효과로 신용대출과 2금융권 대출이 늘어나는 양상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 신용대출은 이달 1일부터 5일까지 5일 만에 4759억원 증가했다. 8월 한 달 증가액 절반을 닷새 만에 넘어선 것이다.
금감원은 추석 앞두고 이번 주부터 저축은행 신용대출과 카드사의 카드론 현황 점검에 들어갔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개 카드사(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카드) 7월 말 카드론 잔액은 41조2266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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