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중국 바이오 기업을 겨냥해 올해 1월 발의한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이 9일(현지시간) 하원을 통과했다.
10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하원은 생물보안법을 찬성 306명, 반대 81명으로 승인했다. 최종 통과까지는 상원 승인과 대통령 서명이 남아있지만, 상원에서도 법안을 지지하고 있어 연내 최종 통과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법이 시행되면 2032년 1월 1일부터 법안에 명시된 중국 기업들이 미국에서 장비와 서비스 계약을 할 수 없게 된다.
생물보안법은 미국이 국가안보를 위해 의료 제공자가 중국 유전체기업 베이징유전체연구소(BGI) 그룹 또는 그 계열사 제품이나 서비스 사용을 금지하기 위해 발의됐다. BGI 같은 적대국 바이오 기업에게 미국 세금이 유입되지 않도록 하고, 미국인 유전자데이터가 적대국에 이전되는 것을 촉진하는 바이오 장비 구매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BGI를 타깃한 이유는 BGI가 해외 국민 유전자데이터 수집 글로벌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물보안법이 통과되면 중국 유전체기업 BGI 지노믹스와 BGI에서 분사한 MGI 테크, MGI의 미국 자회사 컴플리트 지노믹스, 의약품 임상수탁(CRO)·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인 우시 앱텍, 우시 바이오로직스가 법안 영향을 크게 받게 된다. 법안이 통과되면 미국 기업들은 사실상 중국 바이오 기업과 거래를 할 수 없게 된다.
BGI그룹, 우시앱텍과 우시바이오로직스 등의 거래가 막히면서 이들 거래량이 다른 곳으로 이동해 타 기업들이 수혜를 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내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수혜자로 거론된다. 하지만 사실상 혜택은 이미 미국 내 생산시설이 있는 스위스 론자, 일본 후지필름, 아사히글라스 등이 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론자는 미국 항체공장을 인수해 운영 중이다. 후지필름 역시 미국 자회사 '후지필름 다이노신스 바이오테크놀로지'를 통해 지난 4월 대규모 세포배양 CDMO 사업에 12억달러(약 1조6487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바이오 제조 시설을 확장해 생물보안법 수혜를 제대로 입을 수 있다. 일본 글로벌 유리제조기업 아사히글라스는 우시바이오로직스가 제공하는 일회용 바이오리액터 서비스를 미국에서 대체하기 위해 바이알 및 주사기 무균 충전에 중점을 둔 전문 CMO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생물보안법 영향으로 인도 CDMO와 CRO 시장 성장도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인도 바이오 스타트업은 2014년 약 50개에서 2022년 6756개 이상으로 증가하며 생태계가 급성장하고 있다.
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생물보안법이 기업들에 당장 직격탄을 미치진 않지만 앞으로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수혜가 삼성바이오로직스에게만 있지 않고, 론자 같은 CDMO와 인도의 작은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어 우리도 발빠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