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연, 도시 전력망 안정성 문제 해결하는 알고리즘·시스템 구현

에너지연 연구진이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에너지연 연구진이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도시 전기화'를 실현할 핵심 기술을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연구원의 신재생시스템연구실, 에너지ICT연구단 공동 연구진이 성과를 이뤘다.

도시 전기화는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건물 일체형 태양광 기술 등을 도입해 도심 에너지원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다. 다소 생소하지만 미국·유럽은 이를 탄소중립 실현, 지속 가능한 도시 환경 조성 핵심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

다만 전기화된 도시는 재생에너지 의존도가 높아 날씨 변화에 따라 에너지 공급 변동성이 크다. 건물별 전력 수요 불일치가 일어나고 안정적인 전력망 운영이 어렵다.

특히 급격한 한파, 극심한 폭염에 의한 '저확률 고영향 이벤트(LPHI)'는 대규모 정전을 일으키는 등 도시 전력망 안정성을 크게 위협할 수 있다.

연구팀은 AI 분석 결과가 적용된 에너지 관리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시스템으로 구현했다. 개발 시스템 실증 결과, 기존 대비 18% 전기요금 절감 효과를 나타냈다.

먼저 AI를 이용해 건물별 에너지 사용과 재생에너지 생산 패턴을 분석했다. 또 날씨 및 사람 행동 패턴, 재생에너지 설비 규모와 운영 상황 등 변수가 전력망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했다.

기술개발 연구진. 왼쪽부터 김종규 박사, 김민휘 박사, 한광우 박사, 정동은 학생연구원, 안영섭 박사, 주홍진 박사.
기술개발 연구진. 왼쪽부터 김종규 박사, 김민휘 박사, 한광우 박사, 정동은 학생연구원, 안영섭 박사, 주홍진 박사.

특히 연간 단 1.7일(0.5% 수준)에 불과한 LPHI가 전체 전력망 안정성과 운영 비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알아냈다.

분석 내용은 알고리즘과 시스템으로 구축됐다. 개발 알고리즘은 건물 간 에너지 공유를 최적화하고 피크 수요와 피크 발전을 효과적으로 관리한다. 또 일상의 에너지 균형 유지뿐 아니라 LPHI에도 대응해 전력망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개발 시스템을 도시 전기화 환경을 재현한 커뮤니티 단위에 적용한 결과, 자급자족률(건물의 자체 발전을 통한 전력 수요 충족 정도) 38%, 자가소비율(건물의 생산 전력 직접 사용 비율) 58%를 달성했다. 시스템이 적용되지 않은 건물의 자급자족률은 20%, 자가소비율은 30%다.

시스템을 통해 전기요금을 기존보다 18% 절감할 수 있으며 전력망 안정성도 크게 개선됐다.

실증에 적용된 연간 에너지 소비량은 107메가와트시(㎿h)로, 해외 선진기관 시뮬레이션 연구보다 7배 크게 진행돼 실 도시 환경 적용 가능성을 높였다.

논문 주저자인 한광우 에너지ICT연구단 박사는 “이번 결과는 AI를 활용해 도시 전기화 효율을 높이고 전력망 안정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 LPHI 관리 중요성을 보여준다”며 “향후 다양한 도시 환경에 적용해 궁극적으로 탄소중립 실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기본사업으로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서스테이너블 시티즈 & 소사이어티'에 온라인 게재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