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애플 등 글로벌 플랫폼 업체에 대한 과징금 및 규제 리스크가 커지며 '플랫폼 권역화'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 단기적으로 글로벌 빅테크 수익성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있지만, 플랫폼 영향력이 축소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11일 학계 전문가들은 최근 유럽연합(EU)과 미국 내에서 부상하는 빅테크 규제 움직임이 글로벌 플랫폼의 탈세계화(Deglobalization) 및 권역화 현상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플과 구글은 최근 유럽연합(EU)에서 받은 과징금에 불복해 낸 소송에서 모두 패소했다. 이들 업체들은 미국에서도 반독점법 위반 소송에 직면해 있다.
EU와 미국의 빅테크 규제 쟁점은 다르다. EU의 경우, 미국 중심의 글로벌 빅테크에 대한 견제에 방점이 찍힌다. 데이터 주권을 사수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겼다. 하지만 미국은 기업의 반독점 규제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민호 성균관대 교수는 “미국의 연방 국가제는 주(state) 간 통상을 위해 만들어졌기에 뿌리 깊게 공정거래 이슈에 민감하다”며 “이는 EU가 글로벌 빅테크를 견제하기 위한 의도와는 결이 완전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EU 규제는 주로 글로벌 빅테크의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성엽 고려대 교수는 “최근 애플이 디지털시장법(DMA) 저촉 이슈로 유럽 내 AI 기능을 탑재하지 않기로 결정했듯 글로벌 기업은 기존의 비즈니스모델(BM)을 수정해야 할 것”이라며 “이는 매출이나 수익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의 규제 강화 기조는 기업 분할을 압박할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 규제 당국은 반독점법을 적용해 통신 기업인 AT&T를 1984년 7개의 회사로 분할시킨 바 있다. 2000년에는 MS가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며 두 개 회사로 분할하도록 명령했다. 다만 항소심에서 이 같은 판단이 뒤집혀 기업 분할은 면했다.
이 같은 규제 강화로 향후 글로벌 빅테크의 권역화 현상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각 국가가 규제를 통해 자국 기업을 보호하고 글로벌 기업의 확장을 제한하며 '국가 플랫폼 자본주의(State Platform Capitalism)'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성민 가천대 교수는 “미·중 갈등, 팬데믹 이후 정치 우경화 등 다양한 요인이 자국 플랫폼 이익만을 도모하는 '국가 플랫폼 자본주의' 경향을 강화하고 있다”며 “이는 한동안 플랫폼 기업의 탈세계화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글로벌 빅테크들의 영향력은 축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기업 분할 등 규제 회피 경로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규제 의도와는 다른 결과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EU는 미국 빅테크 데이터를 유럽 기업으로 가져올 수 있게끔 일반데이터보호규정(GDPR)을 만들었으나 실제로는 유럽 중소 플랫폼이 가지고 있던 데이터가 구글로 가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빅테크를 겨냥한 규제가 이들 영향력을 꺾지는 못할 것”이라 내다봤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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