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전후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장 승계 레이스가 시작된다. 일부 행장이 교체될 것으로 예상되며 내년 은행권 거버넌스 개편 신호탄이 울렸다.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이달중 은행장 승계절차에 돌입한다. 가장 먼저 신한은행이 스타트를 끊었다. 신한금융은 10일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자경위)를 열고 올해 말부터 내년 초까지 임기가 만료되는 자회사 대표이사에 대한 승계절차를 개시했다.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 역시 추석 연휴 직후 차기 행장 승계절차에 돌입한다.
5대 은행 중 가장 거취에 관심이 쏠리는 이는 조병규 우리은행장이다. 조 행장은 전임 행장 용퇴 이후 우리금융이 새로 도입한 은행장 승계 프로그램을 거쳐 취임한 첫 번째 행장이다. 지난 해 7월부터 1년 6개월 임기를 받았지만, 취임 후 우리은행 내부서 대규모 횡령·부당대출 등 내부통제 이슈가 계속 적발되며 코너에 몰렸다. 은행권 관계자는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용퇴 이야기까지 나오는 마당에 조 행장 연임 기능성은 거의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NH농협은행 이석용 행장 역시 연임을 장담하기 어렵다. 상·하반기에 걸쳐 100억원대 부당대출과 횡령사고가 터진데다 금감원이 농협중앙회에서 NH농협금융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날카롭게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농협중앙회가 NH농협금융에 입김을 미치는 것을 경계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행장은 취임 직전 농협중앙회 기획조정본부장을 지냈다.
반면 KB국민·신한·하나은행은 상대적으로 현 행장 연임 가능성이 높은 편으로 관측된다. KB국민은행이 내부통제 일종인 상반기 홍콩 ELS 문제로 홍역을 치뤘다는 점과, 이재근 현 행장이 이른바 '2+1'으로 올해까지 3년 임기를 마친다는 점이 변수다. 홍콩 ELS 불완전판매로 인한 배상과 손해를 하반기 들어 상당부분 해소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5개은행 행장 중 연임 가능성이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신한은행은 4대 시중은행 중 상반기에 유일하게 2조원대 순이익을 내는 등 순항 중이다. 정 행장이 진옥동 신한지주 회장 최측근으로 분류됐다는 것도 플러스 요인이다. KB금융과 리딩 금융을 다투는 신한지주가 안정을 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승열 하나은행장 역시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높다. 이 행장은 취임 첫 해인 지난해 하나은행 리딩뱅크 타이틀을 수성했다. 올 상반기 은행권을 강타한 내부통제 이슈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하나은행이 내년 상반기까지 진행하는 차세대 시스템 프로젝트도 안착시켜야하는 과제를 맡고 있다.
5대 은행 외에도 은행권 거버넌스 개편은 활발히 진행 중이다. SC제일은행은 10년 간 조직을 이끌 어온 박종복 현 행장이 연임에 도전하지 않고 용퇴하며 월가 출신 이광희 부행장을 단수 추천했고, SH수협은행은 강신숙 행장 외에 6명 후보가 경합 중이다. 황병우 iM뱅크(DGB대구은행) 은행장을 비롯해 고병일 광주은행장과 백종일 전북은행장도 임기가 올 연말까지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 등이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을 공언하고 있기 때문에 상당수 지주들이 은행장 교체에 적극 나설 것”이라면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내년 은행 리더십 교체는 큰 폭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