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 11월 '오픈AI'라는 북미 스타트업이 선보인 프로토타입의 대화형 인공지능 챗봇 서비스 '챗GPT'는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그동안 인공지능(AI)이 가져올 미래상에 대한 기대가 많았지만 일반 대중이 AI가 가져올 사회 변화를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첫 서비스였기 때문이다. 이후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생성형 AI 개발에 속도를 내며 글로벌 AI 시장 경쟁 촉발에 불을 붙였다. 〈편집자주〉
챗GPT가 등장한 지 2년여가 흘렀다. 보고서를 대신 작성해주거나 연락처 파일을 정리해주는 AI, 소설을 창작하거나 원하는 풍경을 이미지로 대신 그려주는 AI 서비스는 대중 시선을 생성형 AI에 쏠리게끔 만들기 충분했다. AI로 인한 실생활의 변화를 체감하게 되면서 반도체·클라우드 기업은 앞다퉈 대규모 투자와 기술개발을 하며 AI 시대 주도권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챗GPT 등장 후 초기 1년여는 AI 서비스 자체에 대한 관심이 컸다. 최근에는 각 산업 분야에 특화한 AI를 적용해 기업이 얼마나 실질적인 비즈니스 효과를 거두느냐에 대한 관심으로 이동한 모양새다.
세계적으로 기업의 AI 도입은 아직 초기 수준이다.
삼일PwC경영연구원은 지난 5월 발간한 '생성형 AI를 활용한 비즈니스의 현주소' 보고서에서 향후 생성형 AI 시장 성장세가 상당히 유망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는 범용 목적의 AI를 초기 수준으로 활용하지만, 향후 기업이 AI를 적극 도입하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가치가 창출될 수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라는 것이다. 이는 생성형 AI 시장 성장세가 상당히 유망할 것으로 전망케 하는 원동력이다.
특히 올해 스마트폰, 가전, PC 등 디바이스에 AI를 탑재해 각 기기에서 AI 기능을 수행하는 온디바이스 AI가 확산되고 있고 자율주행, 보안, 로봇 등 대부분 산업으로 AI 응용처가 확대돼 생성형 AI 시장 성장성에 무게감이 실렸다.
지난해 블룸버그 분석에 따르면 생성형 AI 시장은 2023년 670억달러(약 90조원)에서 오는 2032년 1조3000억달러(약1740조원)로 연평균 40%의 급격한 성장을 예고했다.
◇“AI가 효율·수익성 확대에 기여”…기대감↑
전 세계 최고경영자(CEO) 대부분은 생성형 AI가 기업 효율성과 수익성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PwC와 딜로이트가 포춘 500대 기업과 글로벌 500대 기업 CEO 143명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생성형 AI가 품질, 고객 신뢰, 수익성, 효율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스크보다 기회 요인이 크다고 본 것이다.
특히 응답자 60% 이상은 생성형 AI로 작업 효율이 5% 이상 개선되고 절반 이상이 기업 이익 증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딜로이트가 실시한 설문에서는 생성형 AI 도입으로 기업 운영 효율성(79%), 운영 자동화(75%), 운영비용 감축 (65%) 등 실질적 도움을 기대했다.
특히 생성형 AI 투자 의향에 대해 은행 80%, 보험 79%, 헬스케어와 제약 77%, 자동차 71% 등으로 높게 나타났다.
삼일PwC경영연구원이 NTT데이터, MWC, KB증권 자료를 통합 분석한 결과 전 산업에 걸쳐 글로벌 800여개 기업 C레벨 중 75%가 생성형 AI를 비즈니스 경쟁 우위와 직결하는 요소로 판단하고 높은 투자 의향을 보였다. 선도 기업들이 생성형 AI를 도입해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기 시작하면 전 산업에 걸쳐 도입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생성형 AI에 투자하고 관련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하면 수익화 전략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보고서는 “작년에는 기업들이 생성형 AI 개발과 안정화에 집중했다면 올해부터는 대중적 보급과 도입 확대, 이에 따른 생산성 향상과 수익 창출에 초점을 두고 사업을 전개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산업별로 단순 도입을 넘어 차별화에 기반한 수익화에 대한 깊은 고민이 병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업별 AI 도입
각 산업에 걸쳐 AI는 다양한 형태로 활용할 수 있다. AI 챗봇 같은 대고객 서비스부터 고장 예측 서비스, 복잡한 작업을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는 핵심 업무까지 다양하다. 기업은 내부 업무 프로세스 중 어떤 영역에 AI를 집중 적용해야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지 우선 고민해야 한다.
기업 주요 의사결정자들은 헬스케어·제약, 자동차, 금융을 AI 영향력이 큰 업종으로 꼽는다.
헬스케어·제약 부문은 신약 개발 과정에서 가능성 있는 후보물질을 빠르고 정확하게 도출·분석하고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AI가 상당히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 글로벌 제약사는 물론 국내 제약사들도 AI 기반 후보약물 발굴을 위해 전문 조직을 꾸리는 등 새로운 신약 개발 프로세스를 정립하는데 힘을 싣고 있다.
또 엑스레이 등 영상진단에 AI를 적용해 판독 정확도를 높이는 역할도 하고 있다. 개인 유전데이터를 분석해 질병 가능성을 예측하고 조기 대응하는 등 맞춤형 치료에도 활용하고 있다.
자동차를 포함한 제조업은 AI가 각 영역에서 상당한 효율을 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분야다. AI로 제품이나 공정 장비의 이상 여부를 조기 진단해 다운타임을 최소화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이는 시도가 이미 시작됐다. 제품 생산주기에 걸친 데이터 기반으로 비효율성을 파악해 운영 효율을 꾀하는 노력도 병행되고 있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