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IST 대학 혁신 포럼] “기존 틀 벗어나 지속적 혁신 모색해야”…창립 20주년 기념 패널토론

창립 20주년을 맞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이 새로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개최한 '대학혁신포럼:Out of the Box'의 패널토론에서는 DGIST 미래전략 수립 및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패널토론은 이병종 숙명여자대학교 교수(DGIST 전문위원)가 좌장을 맡았고, 이건우 DGIST 총장과 차스 바운트라 옥스퍼드대학교 혁신 부총장, 마이크 매기 미네르바대학교 총장, 염재호 태재대학교 총장이 패널로 참여했다.

'DGIST 창립 20주년 기념 대학 혁신 포럼:Out of the Box' 행사가 10일 서울 중구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호텔에서 열린 가운데 상자 밖의 교육을 주제로 패널토론이 진행됐다. 왼쪽부터 이병종 숙명여자대학교 교수, 이건우 DGIST 총장, 차스 바운트라 옥스퍼드대학교 혁신 부총장, 마이크 매기 미네르바대학교 총장, 염재호 태재대학교 총장.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DGIST 창립 20주년 기념 대학 혁신 포럼:Out of the Box' 행사가 10일 서울 중구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호텔에서 열린 가운데 상자 밖의 교육을 주제로 패널토론이 진행됐다. 왼쪽부터 이병종 숙명여자대학교 교수, 이건우 DGIST 총장, 차스 바운트라 옥스퍼드대학교 혁신 부총장, 마이크 매기 미네르바대학교 총장, 염재호 태재대학교 총장.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패널은 각 대학이 준비하고 있는 혁신 전략을 공유하고, 미래 대학의 생존 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 이들은 혁신 대학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학과 대학, 대학과 정부, 국가와 국가가 상호 협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기존의 물리적 공간을 벗어나 혁신을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인공지능(AI)과 같은 첨단 기술을 활용한 혁신적 학습법을 과감하게 도입해 유능한 인재를 길러냄으로써 사회와 국가가 필요로 하는 대학으로 거듭날 것을 당부했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교육계 인사들은 혁신적인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통찰과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대학이 지향해야 할 혁신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행사에 참석한 강혜경 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는 “세계적인 교육 혁신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여 새로운 미래를 고민하는 자리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특히 각 대학의 혁신 전략을 들으면서 세계 대학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패널토론 참석자]

△이건우 DGIST 총장

△차스 바운트라 옥스퍼드대학교 혁신 부총장

△마이크 매기 미네르바대학교 총장

△염재호 태재대학교 총장

△이병종 숙명여자대학교 교수(좌장)

이병종 숙명여자대학교 교수
이병종 숙명여자대학교 교수

◇좌장(이병종 숙명여자대학교 교수)=대학이 어려운 시기에 직면해 있다. 인적 자원이 부족하고 새로운 기술을 따라가는 것도 쉽지 않다. 오늘 참석한 패널이 이끄는 대학의 공통점은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글로벌 로테이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미네르바대학교는 새로운 학생 선발과정에서 표준화된 평가를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입학을 원하는 지원자가 많을텐데 학생들을 어떻게 선발하는지 궁금하다.

이건우 DGIST 총장
이건우 DGIST 총장

◇마이크 매기 미네르바대학교 총장=대부분의 미국 명문대학에서 입학에 필요한 평가인 SAT를 미네르바대학교에서는 적용하지 않고 있다. SAT와 같은 표준화된 평가는 학생들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신뢰성 높은 평가라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입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대학에 입학한 뒤 발전하고, 미션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라고 생각한다. 표준화된 평가방법만으로는 부족하다.

마이크 매기 미네르바대학교 총장
마이크 매기 미네르바대학교 총장

고등교육에서 입학은 이득과 손실의 총합이 제로(0)가 되는 제로섬 게임과 같다. 미네르바대학교의 평가시스템은 개별 학생들이 보여줄 앞으로의 능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런 능력이 가능하면 우리 대학의 교육 모델 안에서 최대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다시 말해 미네르바대학교의 미션에 의미있는 기여를 할 수 있는 학생을 선발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병종 교수=차스 바운트라 옥스포드대학교 부총장은 앞선 발표에서 연구를 통해 팬데믹과 기후변화문제 등에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옥스포드대학교가 아스트라제네카와 협력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코로나 백신을 개발한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당시 기업은 수익을 추구해야 하고 대학은 수익이 목적인 기관이 아니다. 어떻게 상호 균형을 잡을 수 있었나.

◇차스 바운트라 부총장=옥스포드대학교는 차세대 교육도 중요하지만 연구중심대학이다. 전 세계에 이로운 영향력을 전파하고, 사회에 도움을 주는 것이 목표다. 이를 통한 지속가능성도 중요하다. 또 학문과 연구뿐만 아니라 특허에도 큰 관심을 쏟고 있다.

우리 대학은 다양한 기업 및 기관, 더 나아가 국가들과의 협력 문화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개발은 수익보다 협력을 우선시했다. 어려운 시기 코로나 백신 개발이라는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협력했고, 수익창출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옥스포드대학교의 이같은 협력문화는 계속될 것이다.

차스 바운트라 옥스포드대학교 부총장
차스 바운트라 옥스포드대학교 부총장

◇이병종 교수=태재대학교는 설립 1년밖에 안된 대학이지만 혁신적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태재대학교가 한국의 미네르바대학교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최근에는 AI를 학습에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학생과 교수와의 스킨십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있고, 학생들을 토론에 적극 참여하도록 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이를 어떻게 해결해가고 있는가.

◇염재호 태재대학교 총장=20명 이하 수업은 100분간 영어토론식으로 진행된다. 모든 수업은 레코딩(녹음)이 되고, AI스피킹이 텍스트로 전환되고 있다. 여기서 단어들을 뽑아서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학생과 교수는 1년에 한번씩 오프라인으로 만나지만 온라인 토론 수업은 이미 학생들에게 익숙해지고 있다. 3개월 정도 지난 뒤 학생들이 영어로 토론할 수 있게 된 것에 고마워하고 있다.

◇이병종 교수=우리나라는 우수 인재가 이공계보다 의대를 선호한다. 의대 정원 확대로 이같은 문제가 더 심화되고 있다. DGIST 역시 우수 학생들의 의대로의 이탈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 같다. 의대와 공대를 고민하고 있는 학생이 있다면 어떻게 설득하면 좋을까.

◇이건우 총장=우리나라는 의대 쏠림 현상이 심하다. 이공계 전공자들이 의대 졸업자보다 더 나은 보상을 받아야 하지만 단기간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어쩔수 없다면 의대에 가는 우수 인력이 국가에 기여하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본다. 이들을 의과학자로 양성해 국가 경제에 기여하도록 해야한다.

◇이병종 교수=미네르바대학교에는 전 세계 100여개 국가에서 학생들이 입학한다. 다양한 국가에서 오기 때문에 공통의 목표를 위해 공통의 접근법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또 미네르바대학교가 한국에 대해 어떤 관심과 계획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마이크 매기 총장=오히려 다양성이 중요하다. 많은 국가에서 학생들이 오지만 특히 분쟁지역에서 오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물론 소속된 국가가 다르다보니 학생들끼리 서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미네르바대학교는 통합과 공감이 중요하다는 점을 가르치고 있다.

염재호 태재대학교 총장
염재호 태재대학교 총장

글로벌화되고 있는 세계에서는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협력하면서 일을 해야 한다. 통합과 공감을 배운 미네르바대학교 졸업생들은 다양한 지역에서 활동하며 갈등을 해소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발휘할 것이다.

◇이병종 교수=태재대학교는 빠르게 성장하며 글로벌 학교로서 위상을 갖춰가고 있다. 신생 학교로써 맞닥뜨리게 되는 규제 같은 장애물을 어떻게 극복해가고 있는가.

◇염재호 총장=온라인대학으로 설립됐기 때문에 오프라인 대학이 겪어야 하는 다양한 규제에서 오히려 벗어날 수 있었다. 온라인대학은 외국인 학생에 대한 규제도 적다. 이를 발판으로 해외 진출을 강화할 계획이다.

온라인대학이다 보니 교환학생이 아닌 파견 형태로 가야 하는 문제도 있지만 현재 미국과 중국, 일본, 홍콩 등 현지 대학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많은 학생들이 현지에서 학습을 받고 있다. 그런 기회를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병종 교수=DGIST는 과학기술대학으로서 포부가 있을 것 같다. 무전공으로 시작해 자발적으로 학생들이 전공을 찾아가도록 하고, 지역기업과의 다양한 협력 등 창립 20주년을 맞아 계획을 듣고 싶다.

◇이건우 총장=현재 우리나라 글로컬대학이 요구하는 무학과 무전공을 DGIST는 설립 때부터 도입했다. 유학이나 취업에서 특정 전공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어서 애로가 있기도 했는데, 그래서 도입한 것이 트랙제도였다.

학생들은 매 학기 트랙을 바꿀수 있도록 했고 결국 졸업 시에는 여러 트랙전공을 갖게 돼 저절로 융복합 교육이 이뤄지게 됐다. 대학은 지역사회와의 협력없이 성장할 수 없다. DGIST는 더더욱 그렇다. 구미에 설립 예정인 공학전문대학원, 수성알파시티 내 DGIST 글로벌캠퍼스, 글로벌 MBA 추진 등을 통해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하는 지속가능한 글로벌 대학으로 성장시켜 나갈 계획이다.

〈공동기획:대구경북과학기술원·전자신문〉

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