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POSTECH)은 김동성 기계공학과 교수, 이안나 교수, 윤재승 박사 연구팀이 생체 조직의 주름 구조를 체외에서 재현하고, 이를 통해 주름이 형성되는 메커니즘을 밝혀내는 데 성공했다고 12일 밝혔다.
일반적으로 주름은 피부 노화의 징후 정도로 생각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피부 외에도 사람의 뇌, 위, 장 등의 체내 장기와 조직에는 고유한 형태의 주름 구조가 존재하며, 이 주름은 각 장기의 세포 상태 및 분화에 영향을 미치며 체내 생리 시스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생체 조직이 어떻게 접히고 주름이 형성되는지 이해하는 것은 미용의 측면을 넘어 생체의 복잡성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며, 피부 노화와 재생 치료, 발생학 등 연구의 핵심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생체 주름 구조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생체 조직의 주름 형성 과정을 체외에서 재현하는 데 한계가 있어 기존의 연구들은 대부분 초파리나 쥐, 닭 등 동물을 직접 사용하는 모델에만 의존해왔다. 그로 인해 생체 조직의 주름 형성 과정은 많은 부분이 미스터리로 남아있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인체 상피세포와 세포외기질(ECM)만으로 구성된 상피 조직 모델을 개발하고, 이 모델에 정교하게 압축력을 인가할 수 있는 장치를 결합해 생체의 장이나 피부 등에서 관찰되는 주름 구조를 체외에서 인공적으로 재현하고,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작은 압축력으로 여러 작은 주름들이 형성되는 과정뿐 아니라 큰 압축력에 의해 하나의 깊은 주름이 형성되는 계층적인 변형 과정까지 최초로 재현했다.
이어, 연구팀은 상피층에 가해지는 압축력뿐 아니라 기저 ECM의 다공성 구조, 탈수 등 요인이 주름 형성 메커니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압축력에 의한 상피 세포층의 변형은 ECM 층과 함께 기계적 불안정성을 유발해 주름 구조를 형성했으며, ECM 층의 탈수 현상이 주름 형성에 핵심적인 요인 중 하나라는 것이 실험을 통해 밝혀졌다.
이 현상들은 노화 등으로 인해 피부 기저 조직층의 수분이 부족해질 때 주름이 쉽게 형성되는 현상과 유사했으며, 주름 형성 원리와 메커니즘에 대한 기계생물학적 모델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큰 의의가 있다.
김동성 교수는 “동물 실험 없이 생체 조직의 다양한 주름 구조들을 재현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했다”라며, “기존 동물 모델로는 관찰하기 어려웠던 주름 형성 과정의 실시간 이미징과 세포 및 조직 수준의 관찰이 가능한 이 플랫폼은 발생학, 의공학, 코스메틱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연구재단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중견연구자과제, 산업통산자원부 재원 알키미스트 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성과는 치근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