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ST 학생들, 이상의 난해시 '오감도 시제4' 전자기학적 관점에서 재해석

왼쪽부터 이태균 학생(제1저자), 임혁준 학생(제2저자), 이수정 교수(교신저자).
왼쪽부터 이태균 학생(제1저자), 임혁준 학생(제2저자), 이수정 교수(교신저자).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학사과정생 2명이 이상의 난해시 '오감도 시제4호'를 전자기학적 관점에서 해석한 획기적인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고 12일 밝혔다.

논문의 제목은 '오감도 시제4호에 구현된 내부 진단의 전자기학적 원리'이며, 이수정 기초교육학부 교수(교신저자)의 지도로 학사과정 3학년에 재학 중인 이태균 학생(제1저자, 물리·광과학과)과 임혁준 학생(제2저자,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이 연구를 수행했다.

이 논문은 “논리성과 창의성이 모두 탁월하다”, “이상 시 연구의 새로운 활로이다”등 학계의 높은 평가를 받으며 국문학 분야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는 한국과학인용색인(KCI) 저널인 한국시학연구 79호에 게재됐다.

'오감도 시제4호'는 천재 시인 이상의 오감도 연작시 중 한 편으로, 텍스트가 아닌 뒤집어진 숫자판으로 구성된 난해한 작품이다. 시리즈의 주된 주제인 '관찰'을 독창적으로 표현했으며 의사로 자처한 이상이 환자를 진단하고 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숫자판의 해석, 진단의 의미, 환자의 정체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기존의 논의들은 모두 숫자판을 가로나 세로 방향으로 읽었다.

가로나 세로로 읽었을 경우, 숫자판의 수열이 '·'에 의해서 단절된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기존 접근법을 탈피하여 숫자판을 대각선과 나선형 방향으로 읽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하고, 시 속의 단서를 활용하여 숫자판을 입체화했다.

연구팀은 오감도 시제4호에 주어진 단서로 숫자판을 입체화하고 거기에 구현된 전자기학의 원리를 찾아냄으로써, '오감도 시제4호'가 전자기학적 원리에 기반하여 환자(세상)의 내부를 투시하고 진단하는 작품임을 밝혔다. 이상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을 진단하려는 목적으로 원기둥 내부를 투시하기 위해 수열과 '·'가 나선형 궤적을 그리며 닫힌 공간을 형성하는 것으로부터 자연스럽게 유도되는 스토크스 정리(벡터 미적분학에서 내부를 직접 보지 않고도 경계-폐곡선-에 대한 정보만을 통해 내부의 정보를 알 수 있다는 정리)를 이용했음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숫자판을 이용해 만든 토러스 구조에서 헬름홀츠 정리를 사용하기 위한 세 가지 조건(회전, 발산, 경계조건)이 모두 충족됨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입체화된 숫자판의 표면 정보와 헬름홀츠 정리를 활용하여 내부의 환자의 '존재성'과 그 형태의 '유일성'을 보장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 이를 통해 환자(세상)의 병을 직접 치료하지는 않지만, 환자(세상)의 병을 진단하는 메커니즘이 바로 문학, 시이며, 보이지 않는 내부를 투시하고 진단하는 것이 시인의 책무임을 표현한 작품임을 밝혔다.

이수정 교수는 “'이상문학과 과학' 수업을 통해 논문이 발표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라면서 “모두 훌륭한 연구였지만 이번에는 졸업생이나 4학년 학생이 아닌 학사과정 3학년 학생들이 이처럼 독창적이고 깊이 있는 연구를 완성했다는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광주=김한식 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