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가 신세계엘앤비(L&B)의 '제주소주'를 인수한다. K소주 열풍을 타고 글로벌 확장에 힘을 쏟는다는 계획이다. 국내 맥주 1위 업체인 오비맥주가 소주 시장에 진출하면서 국내 소주 시장 판도가 흔들릴지 주목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맥주회사 AB인베브의 자회사 오비맥주가 신세계그룹의 주류 계열사 신세계L&B가 운영하는 제주소주를 인수합병하기로 했다. 오비맥주는 제주소주의 생산용지와 설비, 지하수 이용권 등을 양도받는다. 오비맥주가 소주 사업에 진출한 건 지난 1998년 AB인베브에 인수되고 처음이다.
제주소주는 제주도 향토기업으로 지난 2016년 이마트가 인수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마트는 제주소주에 4년에 걸쳐 570억원을 투입했지만 흑자를 내지 못하면서, 지난 2021년 국내 소주 시장에서 철수했다. 이후 자회사인 신세계L&B가 인수해 소주 위탁 생산(ODM)과 과일소주 수출 중심으로 운영해오다 지난 6월 물적 분할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인수합병은 '아픈손가락'인 제주소주를 매각하려는 신세계L&B와 글로벌 사업 강화를 노리는 오비맥주의 수요가 맞아 이뤄졌다는 평가다. 오비맥주는 제주소주가 동남아 등 글로벌 시장 내 판로를 확대해 온 만큼 카스의 글로벌 확장을 위해 제주소주 유통망을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오비맥주가 '맥주' 카테고리로만은 경쟁력이 없다는 판단에서 소주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소주까지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 글로벌 시장 K열풍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234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35.1% 감소한 수치다.
이번 오비맥주의 인수로 일각에서는 국내 소주 시장이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와 함께 3파전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오비맥주는 맥주 1위 사업자로 이미 전국에 영업망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오비맥주가 국내 소주 시장에서 단기간에 점유율을 확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소주 사업 특성상 새로운 사업자가 점유율을 확대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소주 소매시장에서 하이트진로(59.8%)와 롯데칠성음료(18%)가 점유율 1위, 2위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제주소주가 시장에서 영향력 있는 사업자가 아니었던 만큼 단기간에 게임체인저가 될지는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국내 대표 주류업계 3사 모두 소주·맥주를 함께 운영하게 됐기 때문에 주류 시장 '소맥대전'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관측이다. 소주뿐만 아니라 맥주에서도 이들의 경쟁은 치열했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는 맥주 브랜드 '하이트'의 신규 소비자 유입 확대를 위해 전 제품 디자인 리뉴얼을 단행했다. 롯데칠성음료는 명동에서 '처음처럼X크러시, 소맥포차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며 소맥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강성전 기자 castlek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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