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술탈취 피해를 입는 벤처·스타트업을 위해 법안과 제도 개선에 나선다. 기술 침해 피해를 입고도 대기업 상대로 한 법적 대응을 포기하는 기업을 위해 분쟁조정 의무화, 기술 침해 중지 청구 등의 길을 마련하기로 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특허청, 공정거래위원회는 12일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한국지식재산보호원이 국회에서 개최한 중소기업 기술탈취 방지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제도 개선 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간담회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특허법·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등 중소기업 기술탈취 예방을 위한 법률이 5개나 존재하지만, 여전히 피해를 입는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보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열렸다.
간담회에는 진학사와 약 4년의 아이디어 탈취 피해 재판에서 승소했지만 손해 배상금을 2000만원만 인정받은 텐덤, 신한카드의 특허등록 무효 소송 제기로 수년째 사업이 중단된 팍스모네 등의 사례가 소개됐다. 이들 기업 대표는 신속한 분쟁 해결 시스템 구축, 손해배상 산정 기준 현실화 등을 호소했다. 거래 관계가 아닌 기술 제휴·협력 단계에서는 현행법 적용이 쉽지 않고, 상대적으로 열악한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엄격한 영업비밀 관리 요건을 충족하는 것도 어려움을 가중하는 요인이다.
피해기업 건의 등을 반영해 각 부처는 제도 보완과 입법 활동을 병행키로 했다. 중기부는 조만간 중소기업기술 보호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 입법을 추진한다. 기술을 반드시 서면으로 요구하도록 해 부당한 기술 취득을 막고, 기술 요구 절차를 엄격하게 적용하는 방안을 담는다.
특허청은 이달 산업재산권 분쟁 조정제도 활성화 방안을 시행한다. 현재 대기업이 조정에 불응하는 경우가 많은데, 행정조사와 수사 연계를 강화해 조기 해결을 이끈다. 22대 국회도 부경법 내 아이디어 탈취·성과도용행위 형사 처벌 신설에 노력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현재 입법 공백이 있는 하도급법에 사인 금지청구권 규정 신설을 제시했다. 영업비밀 침해로 피해를 입거나 우려가 있는 기업이 법원에 직접 침해행위 중지 예방을 청구하는 제도다.
근본적인 기술탈취 분쟁 해결을 위해 전문가 조사제도 확충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박희경 재단법인 경청 변호사는 “기술 손해를 입증할 증거가 침해자에게 쏠려 있어 기업이 승소하기가 어렵다”면서 “법원이 전문가를 지정해 현장을 조사하는 제도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동아 의원은 “스타트업에게 기술은 자산을 넘어 기업 명운을 좌우한다”면서 “기술탈취 방지를 위한 법적 지원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