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가 3분기 호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2분기부터 이어져 온 대출 광풍이 3분기까지 이어지며 시중은행 대부분이 지난해 동기보다 크게 개선된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에프앤가이드 증권사 컨센서스(추정치)에 따르면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은 올 3분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적게는 1000억원 이상 늘어난 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자수익이 성장을 이끌었다.
KB금융은 이자수익 7조7370억원, 영업이익 2조536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각각 4.3%, 5.1% 늘었다. 증권가는 신한지주 3분기 영업이익은 1조8691억원으로 지난해 1조7041억원보다 1000억원 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나금융은 이자수익 추정치는 6조1600억원, 영업이익은 1조380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조9835억원, 1조1862억원보다 각각 2.9%, 16.5% 늘 것으로 예상했다. 4대 지주 중 우리금융 영업이익만 1조1656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1조2181억원보다 소폭 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융지주 호실적 배경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 가계대출 증가가 지목된다.
금융감독원이 국회(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4대 시중은행(KB국민·우리·하나·신한) 주담대 잔액은 449조3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약 32조9000억원 늘었다. 2조8000억원 늘었던 2023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증가세가 매우 가파르다.
하반기에도 이 같은 흐름은 이어졌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금융권 전체 주담대 증가 규모는 8조2000억원으로 2004년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9월 스트레스DSR 2단계 시행 전 막차타기 수요가 기름을 끼얹었다.
금융권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NH농협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725조3642억원으로, 7월 말(715조7383억원)보다 9조6259억원 늘었다. 2016년 1월 이후 가장 큰 월간 증가 폭이다. 주담대(전세자금대출 포함) 잔액(568조6616억원)도 7월 말(559조7501억원)보다 8조9115억원 늘었다. 역시 월간 최대치다.
이에 따라 추석 연휴 이후 금융지주 주가도 다시 상승세를 탈지 주목된다. 올 초부터 밸류업 대표 수혜주로 꼽혀온 금융지주는 최근 전체적인 코스피 하락 분위기와 내부통제 실패 이슈, 금융당국 가계대출 개입으로 주가가 정체 혹은 하락 추세였다. 금융당국이 은행권 가계대출 기준을 '자율로 관리'하라며 일부 고삐를 푼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금융지주는 호실적이 반가운 한편, 부담스러운 눈치다. 이자수익이 늘수록 '이자장사'라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려운데다, 연말로 갈수록 이익 환원 등 정부 압박이 늘어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올해 연말부터 시작되는 은행지주회사와 은행에 대한 스트레스 완충자본 도입도 변수다. 금융회사감독규정 개정안에 따르면 올해 연말부터 금융지주와 은행이 쌓아야할 자본 규모(보통주 자본비율)가 현행대비 최대 2.5%포인트 높아진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미 지난 달부터 주담대를 중심으로 대출을 극한으로 조이고 있기 때문에 연간 실적은 크게 개선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4분기까지 집계해야 진짜 성적표가 나올 것이라는 이야기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