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보행 분석 웨어러블 기기가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빠르게 외산제품을 대체하고 있다. 국내 시장 안착과 함께 유럽 등 해외로 눈을 돌려 K의료기기 경쟁력 입증에 나선다.
스피나시스템즈는 균형·보행능력 분석 웨어러블 기기 '페디솔'에 대한 유럽의약품청(EMA) 의료기기허가(CE)를 획득했다고 18일 밝혔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인증에 이어 유럽 의료기기 허가까지 받으면서 세계 최대 시장 진출이 가시화됐다.
페디솔은 깔창(인솔) 모양 웨어러블 기기다. 좌우 바닥에 각각 40개의 압력 센서가 탑재돼 발압력, 보행패턴 정보를 분석한다. 이를 통해 균형·보행능력을 파악하고 보행교정과 인공지능(AI) 기반 낙상 위험도 조기 진단까지 가능하다. 착용이 간단하고 5분 이내에 균형·보행 평가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스피나시스템즈는 2021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페디솔의 1등급 의료기기 허가와 함께 비급여 대상 품목허가를 받았다.
국내에선 뇌졸중, 뇌경색, 경추손상 등 환자를 위한 정량적 균형·보행 능력 평가 방법이 체계적이지 않은 데다 분석 솔루션 역시 저가 중국제품 혹은 고가 미국·유럽 솔루션이 양분하고 있다.
최훈규 스피나시스템즈 대표는 10년 전 경추 손상으로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는 동안 관련 솔루션이 부족하다는 점을 인지, 직접 개발과 함께 사업에 뛰어들었다.
페디솔의 기술적 완성도가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국내에서 재활병원 중심으로 공급이 점차 늘고 있다. 특히 5000만원이 넘는 값비싼 외산 솔루션 대비 5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현재 SRC재활병원, 넥슨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 분당베스트재활병원, 대구남산병원 등 10여군데 공급한 상태다.
회사는 국내 시장 안착에 속도를 내는 한편 유럽과 미국 진출을 준비 중이다. 인허가 관문을 넘은 만큼 현지 영업·마케팅 전략 수립에 한창이다.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이스라엘에 본사를 둔 현지 의료기기 업체와 유통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에선 의료기관과 함께 페디솔을 활용한 파일럿 프로젝트도 준비 중이다.
최훈규 스피나시스템즈 대표는 “2년간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으면서 기능에 비해 턱없이 비싼 외산 솔루션을 보면서 직접 개발해야 겠다는 결심을 했다”면서 “업계 최고 수준의 압력센터 탑재와 AI 등 분석 알고리즘을 무기로 국내는 물론 유럽 등 해외시장까지 안착하겠다”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