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에 대한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셀러 판매 대금을 다른 플랫폼 인수를 위해 횡령하고 대금 결제 '돌려막기' 사기 행위를 벌였다는 혐의다. '최상위 지배자' 구영배 대표에 대한 압박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티몬·위메프 전담수사팀은 19일 오전 류광진 티몬 대표와 류화현 위메프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를 진행했다. 지난 8월 수사에 착수한 지 약 두 달 만이다.
수사 결과에 따라 이번 미정산 사태는 1조4000억원대 사기·횡령 사건으로 정의될 수 있다. 검찰은 티메프 경영진이 대금 지급 불능 상태를 언제 인지했는지, 판매 대금 유용에 관여했는지에 대해 들여다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소환 조사에 출석한 류광진 대표는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티몬은 정산 지연 징후가 없었다”며 “본사 차원의 지원도 없고 해서 뱅크런을 막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고 답했다. 미국 e커머스 플랫폼 '위시' 의사 결정에도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모그룹 큐텐과 구 대표가 모든 사태의 시발점이라는 것을 시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 대표자 조사까지 진행되면서 구 대표 소환 조사도 머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수사당국은 그간 실무자 조사, 본사와 경영진 압수수색 등을 진행하며 큐텐 그룹 자금 흐름과 의사 결정 과정에 대해 수사를 집중해왔다. 이번 사태와 구 대표 간의 연결 고리를 입증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구 대표가 이번 사태를 야기했다는 정황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그룹 최정점에서 조직적인 대금 돌려막기를 주도했다는 증언도 다수 확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뒤늦게 제출된 티몬 감사보고서에서도 이 같은 대목을 확인할 수 있다. 티몬은 지난 13일 지난해 회계연도 감사보고서를 공시했다. 제출 기한이 5개월 지난 시점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구영배 대표는 특수관계자 현황에서 '최상위 지배자'로 명시돼 있다. 차상위 지배 기업에는 큐텐, 기타 특수관계자에는 큐텐코리아, 큐익스프레스가 각각 명시됐다.
상품권 돌려막기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자회사 '오렌지프렌즈'도 종속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설립된 오렌지프렌즈는 올해 2~3월 상품권 대금으로 270억원 가량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큐텐의 위시 인수 시점과 맞물린다.
한편 지난해 티몬은 매출 1296억원, 영업손실 2488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자산은 1104억원에 그친 반면 부채는 9936억원에 달했다. 누적 결손금은 1조5221억원이다. 감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은 기업 유지에 대한 불확실성과 감사 절차 제약 등을 이유로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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