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위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가 자체 배터리 생산라인 구축에 돌입했다.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일부 내재화해 전동화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GM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국내 배터리 업계 영향이 주목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GM은 미시간주 본사 인근에 전기차 배터리 제조라인을 만들기로 하고 관련 설비 발주를 시작했다. 국내와 유럽 배터리 장비사들이 주요 공정 설비를 공급할 예정이다.
앞서 GM 실무진이 수차례 한국을 찾아 국내 복수 장비사들과 접촉하며 전기차 배터리 생산 장비 도입을 타진해왔는데, 이제 본격적인 실행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GM은 다음달 초 미국 현지에서 착공 행사를 열고 본격적인 배터리 제조 진출을 공식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GM은 보급형 전기차에 들어갈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생산할 전망이다. GM 쉐보레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볼트를 시작으로 차세대 보급형 전기차에 탑재할 계획이다.
LFP는 니켈·코발트·망간 등을 사용하는 삼원계(NCM·NCA) 배터리보다 가격이 30% 가량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단 무게는 더 나간다.
GM은 단종한 쉐보레 볼트를 2026년 재출시해 보급형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이를 실현하기 위해 LFP 배터리 생산 및 탑재를 추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GM이 자체 배터리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건 처음이다. 그동안 GM은 배터리 업체로부터 공급을 받거나 합작사를 운영하는 전략을 펴왔다.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법인(JV) 얼티엄셀즈를 세우고 미국 내 3곳에 배터리 합작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 삼성SDI와도 2027년 양산을 목표로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을 확정하기도 했다.
복수 배터리 제조사와 대규모 합작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GM이 자체 배터리 생산에 나선 배경은 전기차 원가의 30~4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인 배터리 기술 내재화 필요성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기차의 심장 격인 배터리에 대한 기술 주도권을 대외 의존하지 않는 동시에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면서 배터리 공급망도 안정적으로 구축하겠다는 의지다.
당장은 생산 규모가 크지 않은 만큼 국내 배터리 업계와 협력 관계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겠지만 향후 자체 생산 확대 가능성이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GM이 당장 대규모 배터리 양산에 나서기 보다는 자체 배터리 기술을 확보하는데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배터리 생산 경험을 축적하면 할 수록 배터리 제조사와 관계에서 협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 김지웅 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