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금을 잘 운영해서 서비스를 개선하는 등 신뢰를 기반으로 국내 플랫폼 산업이 커 왔습니다. 정부가 (도입을) 검토 중인 규제는 성장하는 플랫폼 사업을 어렵게 해 팔, 다리가 모두 잘린 채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게 하는 일입니다.”(이커머스 플랫폼 A사 대표)
벤처·스타트업들이 정부가 추진하는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 재발 방지 대책에 반대하고 있다. 정부가 검토 중인 '정산주기 단축', '판매대금 별도관리 의무' 등이 산업에 미칠 파급력을 고려하지 않은 섣부른 규제라는 이유다. 벤처·스타트업은 이 같은 규제가 실현될 경우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업체 줄폐업은 물론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을 심각하게 약화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는 23일 온라인 중개거래 플랫폼 및 전자지급결제대행업(PG) 대책 관련 공청회를 개최한다.
이 중 대규모 유통업법 개정안은 중개 거래 수익 100억원 이상 또는 중개 거래 금액 1000억원 이상이거나 중개 거래 수익 1000억원 이상 또는 중개 거래 금액 1조원 이상 재화·용역 거래를 중개하는 온라인 플랫폼에 대해 △정산기한 준수 △대금 별도관리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 같은 내용에 대해 이커머스 벤처·스타트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커머스 플랫폼 사업자 책임 강화와 관련 법·제도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정부가 논의하는 추가 규제 내용은 현 상황을 무시하고 책임을 모두 업계에 전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이미 재무구조가 취약한 특정 업체가 유동성 위기를 이기지 못하고 정산 자금을 범위를 넘어 부도덕하고 방만하게 활용 또는 유용하다 벌어진 일”이라면서 “현행 전자금융거래법 경영 지도기준을 준수하도록 이커머스 기업 유동성 관련 지표의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는 것이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지적했다.
업계는 정산기한을 과도하게 단축할 경우 일일 정산 및 송금으로 인한 비용부담이 가중되고, 자금 확보 수단 제한으로 서비스 질 저하, 신규 투자 지연, 인력 축소 등 운영상 어려움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판매대금을 전부 또는 과도한 비율로 별도관리(예치, 지급보증 등) 하도록 강제하는 것도 기업 유동성 악화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상황도 녹록지 않다. 지난해 매출액 2000억원을 달성한 B사는 신규 서비스 론칭과 글로벌 진출을 위한 투자 확대로 자기자본비율과 유동비율이 하락했다. 매출액 800억원인 C사는 국내 경기 위축과 해외 이커머스 기업의 국내시장 잠식으로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가 전년보다 높아졌다. 이 회사들은 이번 규제가 도입될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시장 여건에서 사업 확장은 물론 회사 운영조차 어려워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벤처·스타트업계는 새로운 규제 도입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신규 규제 도입보다는 현행 규정 준수에 대한 정부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고, 현존 제도 내에서 집행 실효성을 확보하는 방향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판매대금 예치·신탁 의무화는 기업 자율성을 정면으로 저해해 자금경색 및 유동성 악화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철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
티메프사태 재발 방지책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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