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는 상호 연결된 세계에서 지역과 글로벌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음을 목격하고 있다. 기술 혁신은 국경을 초월해 지역 솔루션이 글로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고 있으며, 반대로 글로벌 문제 또한 지역적인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지역 혁신과 글로벌 혁신은 이제 분리된 개념이 아닌 상호 연결된 존재로 이해돼야 한다.
좋은 예로 천안시의 2024년 거점형 스마트시티 조성 사업을 들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기존 서비스 제공 방식의 스마트시티가 아니라, 지역 스타트업 및 다양한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어반테크 산업을 육성하고 지역 인재를 양성해 더 스마트한 생태계를 만들고자 한다. 이러한 접근은 지역 혁신이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될 수 있는 튼튼한 기반을 제공하며, 궁극적으로 글로벌 스마트시티 표준 설정에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지역 프로젝트가 글로벌 영향력을 영향력을 발휘하려면 세 가지 핵심 요소가 필요하다. 바로 전략적 리더십, 핵심 기술, 혁신 친화적인 생태계다.
첫 번째, 지역의 프로젝트가 글로벌로 확장되기 위해서는 먼저 전략적 리더십이 필수적이다. 이스라엘의 대규모 연구개발단지인 사이버스파크(CyberSpark)는 지역 혁신을 글로벌 영향력으로 확장한 대표적 사례다. 지역의 보안 허브로 시작한 사이버스파크는 정부, 학계, 산업 간의 강력한 삼각 협력 구조를 기반으로 IBM과 록히드 마틴 같은 기업들을 유치하고 국가적 차원의 연구와 기업의 상업화를 동시에 추진했다. 이러한 협력 모델은 단순히 기술 발전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호작용과 지식 공유를 촉진하는 생태계를 구축하는데 중점을 둔 것으로, 그 결과 사이버스파크는 현재 전 세계 사이버 보안 민간 투자액의 41%를 차지하는 강력한 글로벌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이러한 방식은 지역 혁신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한 것으로, 전략적 리더십의 본질은 단순한 지휘나 관리가 아닌 협력 생태계 조성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데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마존의 'Day 1' 철학도 좋은 예다. 'Day 1'은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가 주창한 개념으로 모든 팀과 직원이 항상 스타트업의 초창기처럼 혁신적이고 고객 중심의 사고를 유지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는 아마존의 기업 문화와 전략을 형성하는 핵심 요소로써, 하루하루를 새로운 시작으로 간주한다. 그는 'Day 1' 철학을 바탕으로 전략적 리더십을 통해 아마존을 온라인 서점에서 전자상거래,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AI)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로 성장시켰으며, 기술적 혁신뿐만 아니라 실험과 신속한 반복, 계산된 위험 감수를 장려하는 문화를 조성했다. 이러한 접근을 통해 아마존 웹 서비스(AWS)는 틈새시장 제품에서 현재 전 세계 클라우드 시장의 32%를 차지하는 주요 서비스로 성장했다. 이러한 전략적 리더십은 천안시의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에도 중요한 교훈을 제공한다.
두 번째, 지역 혁신이 글로벌로 확장될 때 기술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챗GPT(ChatGPT)와 같은 생성형 AI는 초기에는 특정 용도로 개발되었지만, 현재 개인맞춤형 학습, 헬스케어, 고객 서비스 등 다양한 산업에서 20~30%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며 글로벌 산업을 혁신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은 별도의 국경 없이 전 세계적으로 그 활용 가능성이 입증되고 있다.
싱가포르의 스마트네이션 이니셔티브(Smart Nation Initiative)도 이러한 기술 활용의 좋은 사례로, AI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통해 도시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는 데이터 기반 의사 결정을 통해 교통체증 감소 및 공공안전을 강화하고, IoT 기술을 통해 에너지 소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첨단 기술을 접목하여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있으며, 지역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글로벌 기준을 수립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처럼 지역의 혁신이 글로벌 표준을 제시하는 중요한 모델로 자리잡는데 기술은 중요한 촉매제 역할을 한다. 이러한 기술적 혁신이 지역 솔루션이 글로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면, 우리는 보다 스마트하고 혁신적인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김태형 단국대 대학원 데이터지식서비스공학과 교수·정보융합기술·창업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