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상자산업계에선 미국 대선이 화두다. 가상자산 옹호론자인 트럼프와 가상자산 규제론자로 알려진 해리스의 판세 변화에 따라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가격이 상하 10% 가까운 급등락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급변동 이유는 가상자산 규제의 강화·완화 여부. 특히 해리스의 경우 현재는 중립이라 하지만, 한때 친환경 관점에서 비트코인 채굴을 반대했기 때문에, 규제 강화에 대한 시장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다. 대선 TV토론 후 '해리스 판정승'이란 얘기가 나오자, 바로 비트코인이 2.2% 하락하고, 번스타인(Bernstein) 같은 글로벌 투자은행이 해리스 당선 시 '비트코인, 3~4만 달러까지 하락 가능성'을 내놓은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가상자산이 강세를 보일 거란 의견도 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대표적이다. 디지털자산 리서치헤드인 제프 켄드릭(Geoff Kendrick)은 '누가 당선되든 내년 말까지 비트코인이 20만 달러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냈다. 누가 맞을까. 개인적으론 시기의 문제일 뿐 중장기적 상승 추세고, 3~4만 달러까지의 대폭 하락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데 한 표를 던지고 싶다.
그 이유로 첫째, 시장의 안정적 수요 확대를 꼽고 싶다. 예컨대 1월 12일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의 경우 8개월여 만에 677억 달러를 기록, 비트코인 시가총액의 5% 가까운 수요 기반이 됐다. 펀드는 아니지만, 마이크로스트래티지와 같이 장기간 비트코인에 직접 투자하는 기업도 안정적 수요요인이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2020년 8월부터 비트코인을 대량 매집하기 시작해 현재 비트코인 총공급량의 1% 이상(22만 6000개 보유)하고 있다. 비트코인에 이어 이더리움 현물 ETF가 지난 7월 22일 상장된 점, 일본의 메타플래닛 등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비트코인 투자를 추종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점도 비트코인 가격의 '하방경직성'에 한몫할 것으로 생각된다.
둘째, 가상자산에 직접 영향을 주는 규제법의 입법기관인 의회와 사법기관인 법원도'親 가상자산'으로 한 발자국 이동했다는 점이다. 우선 의회에선 '비트코인을 미국의 전략적 비축자산'으로 하겠다는 루미스(Lummis) 법안에 이어 최근엔 CFTC(상품선물거래위원회)와 SEC(증권거래위원회)의 협력촉진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브릿지(BRIDGE) 법안이 발의됐다. 공동자문위원회 설치를 통해 양 기관의 협력을 유도하겠다는 것인데, 시장에선 '증권성 확대'를 통해 가상자산을 자기 규제 하에 두려는 SEC에 대한 견제라는 해석이 많다.
그뿐만 아니다. 규제기관이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연방 대법원은 지난 6월 28일 40년간 판례법상 금과옥조로 여겨졌던 쉐브론(Chevron) 원칙을 파기했다. 쉐브론 원칙은 법 내용상 해석의 여지가 있을 때 행정부의 재량권을 최대한 존중한다는 내용인데, 이 원칙을 이번에 파기함으로써 법률해석의 최종 권한은 법원에 있음을 명확히 한 것이다. 법 전문가들은 가상자산과 관련해 SEC의 '증권성 판단 재량'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될 거라고 보고 있다. 이외에 SEC가 최근 바이낸스와의 공소장에서 'SEC가 가상자산증권이란 표현을 썼지만, 이것이 가상자산이 증권이라는 뜻은 아니다'라고 공식 입장을 밝힌 점도 가상자산에는 플러스 요인이다.
그럼 이렇게 규제 환경이 '親 가상자산'으로 바뀌고 있다면, 해리스 후보 당선 시 우려되는 규제는 과연 뭘까. 물론 현재 해리스는 별다른 언급이 없어 예단은 어렵다. 다만, '증권성' 관련 규제 환경은 되돌리기 어려운 수준으로 변화하고 있어서 이것을 바꾸긴 쉽지 않고, 결국 해리스의 규제는 나오더라도 '환경을 훼손하는 비트코인 채굴'에 대한 규제에 한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다. 또 이에 대해선 최근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친환경 비트코인 채굴이 늘고 있어서, 정책당국과 가상자산업계와의 윈-윈 타협방안이 가능할 거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말하자면 해리스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시장의 중장기 방향성에는 큰 영향이 없을 거란 의견이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 ysjung1617@sog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