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와 산업계를 대표하는 인공지능(AI) 기술 전문가들은 세계 3대 AI 강국 달성을 위해 AI 분야에서 국가와 민간의 전폭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임희석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NLP&AI 연구실 및 HIAI 연구소장)는 “우리나라 연구개발(R&D) 인력 수준이 세계적 수준에 비해 뒤처지지 않는다”며 “다만 대규모 투자가 뒷받침되지 않아 미국이나 중국과 경쟁할 수 있는 결과물이 나오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특히 대학-기업, 즉 산학 협력 활성화를 통한 지속적 인재 육성과 교류, 기술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중국 칭화대는 중국 유망 AI 스타트업 요람이 되고 있다.
하정우 네이버 퓨처AI 센터장도 “한국이 AI 모델 개수 기준으로 세계 3위라는 것은 지난 3년 동안 발빠르게 대응을 잘해왔다는 것”이라며 “이제부터가 골든타임”이라고 말했다.
영국, 프랑스, 캐나다, 이스라엘, 일본, 싱가포르, 인도 등 각국이 AI 강국이 되기 위해 앞다퉈 투자를 하고 있다. 오픈소스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국의 문화, 가치관을 이해하는 '소버린 AI'를 만들고, 그 AI를 산업 생태계에 확산시키고 있다.
하 센터장은 “미국,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곧바로 비즈니스 격차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며 “소위 3위 국가들은 아세안, 중동, 중남미로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생각하고 AI 개발에 더욱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 센터장은 우리나라도 대규모의 전향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AI 모델 개발·훈련에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대량의 인프라를 국가가 R&D 목적으로 사들이고, 이를 대학연구실과 '국가대표급 AI기업'에 과감하게 집중하는 방식이다. 인프라와 데이터 집중 투자를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은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다른 기업도 상업적 활용이 가능하도록 한다.
이세영 생성AI스타트업협회장(뤼튼테크놀로지스 대표)도 AI 산업 생태계의 우수성과 성장 가능성을 짚었다.
과거 인터넷, 모바일 시대에서도 자국 대표 서비스를 갖춘 몇 안되는 나라가 한국이라며 AI 분야에서도 네이버나 카카오처럼 대기업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은 충분히 갖췄다고 평가했다.
이 협회장은 “수많은 스타트업 양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초기, 중기, 후기 스타트업 성장단계별 적합한 지원 정책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에릭 슈미트 전 구글 최고경영자(CEO)의 말을 인용하며 “전기조차도 처음에 나왔을 때는 비효율적이란 비난을 받았으나 결국 산업 기반을 통째로 바꿨다”며 “AI에 대해 우려보다는 장기적 전망을 가지고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오순영 과실연 AI미래포럼 공동의장은 “소수의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주도하는 AI 시장에서 한국은 독자적 모델 개발로 선방하고 있다”며 “대기업, 중소기업, 스타트업 등이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생태계를 촘촘하게 잘 메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오 의장은 “AI 산업 발전을 기업 자체 노력에만 맡길 수 없다”며 “기업이 안정적으로 사업, 성장할 수 있도록 AI 기본법의 입법 등을 통한 법적, 제도적 기반 구축이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김명희 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