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과 영풍, MBK파트너스가 서로 수위 높은 비방전을 전개하며 경영권 분쟁 명분 싸움을 펼치는 가운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비책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과 영풍, MBK파트너스가 경영권 분쟁 명분을 확보하기 위한 비방전을 펼치고 있다. 여론전 주도 및 공개매수 성패 등을 고려했을 때 명분이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여기에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납득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제련업의 특성상 정부, 지역사회, 구성원 등의 협조가 필요하다. 또 고려아연은 현대자동차, LG화학, 한화 등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해당 기업이 고려아연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최 회장이 오랜기간 이어져온 동업정신을 파기했고 재무건전성 악화 및 각종 의혹을 불러일으켰다고 주장했다. MBK 파트너스는 “최 회장 개인의 독단적인 경영 행태에 의해 고려아연의 기업가치, 주주가치가 훼손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국내 3대 신용평가사 중 2곳인 한국기업평가와 NICE신용평가으로부터 장기 신용등급 'AA+'을, 등급전망도 '안정적'을 받아 사업 지속능력과 재무안정성에서 있어 매우 우수하다고 강조했다.
또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의 배당액을 2만5000원대까지 확대할 것이라는 것을 두고 단기차입금의 이자비용과 원금 회수 목적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명분 싸움에서 고려아연이 앞선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해관계자들이 MBK의 고려아연 주식 공개 매수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과 이순걸 울주군수 등은 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모펀드가 고려아연 공개매수로 경영권을 장악할 경우 핵심기술 유출 및 국가기간산업 붕괴가 우려된다”고 했다. 울산상공회의소도 “사모펀드의 본질적 목표인 단기간 고수익 달성을 위해 연구개발 투자 축소, 핵심 인력 유출, 나아가 해외 매각 등이 시도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고려아연은 명분을 쌓으며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할 방안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최 회장은 임직원 및 협력사 구성원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그들의 허점과 실수를 파악하고 대항해 이기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백기사를 활용하는 방향이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려아연이 기존의 협력관계를 구축한 기업들로 우군을 꾸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최 회장은 추석 연휴 기간 중 하루 일본을 방문해 고려아연과 오랜 거래 관계가 있는 일본 종합상사 및 글로벌 기업 등을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치권과 지역사회, 노조까지 MBK의 공개매수를 반대하는만큼 명분에서는 고려아연이 앞선다”면서 “백기사까지 공식화된다면 시장에서의 명분도 확실해 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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