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L 노조, “신임 내정예상자 자격미달, 재공모 강력촉구”

사진=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노동조합 제공
사진=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노동조합 제공

국내 산업전반의 성능·안전을 시험검증하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의 일선 임직원들이 차기 원장 선임을 놓고 부적격 인사 의견을 강하게 제기, 관련 사안진행의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서울 구로구 KTL 서울분원에서 유동훈 한국산업기술시험원 노동조합 위원장과 차기 원장 선임에 따른 논란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은 1966년 「산업기술혁신촉진법」 제41조에 따라 설립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시험·인증 공공기관으로, 항공우주·기계·전기전자·바이오·산업표준·환경 등 국내 산업 전반의 결과물의 안전성과 성능들을 검증하는 주요 역할을 맡고 있다.

최근 KTL은 3월 이후 공식적으로 공석이 된 차기 원장 선임을 놓고 여러 가지 진통을 겪고 있다. 특히 약 6개월간의 보류기간 이후 삽시간에 처리된 공모절차와 함께, 내정예정자 또한 기관이 요구하는 주요 역량을 갖추지 못한 부적격 인사로 강행될 것이 예상되면서, KTL 임직원들은 물론 업계 안팎의 우려를 낳고 있다.

사진=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노동조합 제공
사진=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노동조합 제공

유동훈 KTL 노동조합 위원장은 인터뷰를 통해 차기 원장 선임을 둘러싼 내부와 각계의 우려점을 상세히 이야기하며, 관련 사안의 해결을 촉구했다.

-노동조합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제20대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이하 KTL) 노동조합 위원장 유동훈입니다. 우리 노동조합은 1988년 출범 이후 시험·연구 노동 현장에서 대정부 활동 및 사회적 연대 운동을 활발히 하고 있습니다. 또한 과학기술 및 공공부문의 정책과 대안을 가지고 조합원의 권익 보호와 노동조건 및 복지 향상에 온 힘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이하 KTL)은 어떤 곳?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은 「산업기술혁신촉진법」 제41조에 의거해 설립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시험·인증산업 분야의 대표 '공공기관'이자, 「특정연구기관육성법」 적용을 받는 '특정연구기관'입니다.

1966년 '한국정밀기기센터'로 출범한 저희 기관은 58년간 기업의 연구개발 성과물이 국내외 시장에서 요구하는 성능 및 안전 요건에 충족하는지를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검증하면서, 국민안전 확보와 기업 경쟁력 제고 및 수출 증대에 이바지한다는 목표로 일해왔습니다. 과거 갤럭시노트7 배터리 발화이슈 당시 외부 충격 또는 눌림에 의한 원인을 규명하는 등의 성과를 내기도 했습니다.

2015년 지방이전 정책에 따라 이전한 진주본원과 서울분원 등의 거점과 함께 1200명 규모의 인력이 연간 약 25만 건(1만 6천 개 기업)의 시험평가 밎 인증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약 3000억원의 예산을 정부출연금 없이 스스로 창출하는 '공공 자립형' 기관으로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최근 서울 구로구 KTL 서울분원에서 유동훈 한국산업기술시험원 노동조합 위원장과 차기 원장 선임에 따른 논란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최근 서울 구로구 KTL 서울분원에서 유동훈 한국산업기술시험원 노동조합 위원장과 차기 원장 선임에 따른 논란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최근 신임원장 선임과 관련한 내홍이 알려지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설명 부탁드립니다.

▲올해 3월부로 전임 원장의 공식임기가 종료됐음에도 임원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 구성 등 후속절차가 지지부진하게 전개되면서, 6개월정도 지난 8월 14일(수)에서야 모집공고가 게재됐습니다.

또한 같은 달 23일 서류접수 마감 이후 지원자를 확인했을 때, 주무기관인 산업부 출신은 커녕 대부분 전문성 및 대정부 업무 능력 등이 부족한 인원들이 접수된 것을 알았습니다.

이같은 상황은 전임 원장 공식임기 종료 직후인 4월에 주무 부처인 산업부(산업기술시장혁신과)에 찾아가 기관위상과 전문성에 맞는 고위직 행정관료 출신 인재를 선임해달라고 의견을 전달했음에도 벌어진 일입니다.

-인사 자격조건 미달 또는 불일치라면 재공모 또는 내정이 불가피한데, 그런 것이 없었다는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당연히 재공모를 할 줄 알았습니다만, 그 인원 그대로 8월28일 서류심사와 면접심사(9월3일)까지 전개되고 내정예상자가 선정이 됐음을 알고 경악했습니다. 이에 저희 노동조합은 서류심사 전인 8월28일 KTL 각 사업장에서의 성명서 발표와 함께 같은 달 30일 KTL 본원이 위치한 경남 진주시청에서 '원장 사전 내정자 임명 철회' 및 '임원추천위원회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지면서, 투쟁을 시작했습니다. 또한 내부 단결과 우리 목소리를 서울 및 진주 시민 여러분들이 들으실 수 있도록, 진주본원과 서울분원에 대형 현수막을 설치해 우리의 의지를 천명했습니다.

사진=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노동조합 제공
사진=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노동조합 제공

-신임 원장 내정자를 반대하는 구체적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희 KTL은 정부 출연금 없이 100% 자체 예산으로 운영되는 '공공 자립형' 기관으로서, 9개 본부 58개 센터와 실 규모의 KTL의 역량을 하나로 아우르면서 이끌고 갈 원장의 능력은 기관의 생사자체와 직결됩니다.

특히 지방이전과 민간 경쟁기관의 약진 등 다양한 위기에 직면한 현 시점에서, 항공우주·기계·전기전자·바이오·산업표준·환경 등 폭넓은 국내 산업기술 분야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는 KTL의 행보를 이끌어줄 수장의 가치는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그런데 현재 내정예상자는 대규모 조직운영 경험도 없고, 관련 분야의 인사이트도 부족한 인원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내정예상자를 발탁함에 있어서, 공모기간 10일을 제외하고 공모부터 면접까지 근무일 7일 안에 모든 것을 해결하는 졸속행정으로 이뤄졌으며, 임추위 위원들 가운데 경쟁기관 대표자가 섞여있었음은 물론 주요 담당자들은 해외연수와 전보발령 등으로 다 흩어져 버렸습니다.

아무리 산하기관이라 하지만 공공 시험·인증 기술지원을 통해 국민안전에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하는 KTL 신임 원장 임명이 이 정도로 참담하게 진행된 적은 58년 역사상 단 한 번도 없었던 일이며, 산업부 내에서도 이례적이라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산업부 출신 지원자가 없는 이유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지방이전에 따른 본원의 위치가 멀고 공공기관이라는 타이틀로 인한 경영평가 및 국정감사 등의 부담이 있는데 반해, 재단법인 등 민간경쟁기관 대비 연봉 등의 처우가 낮은 것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의 지방이전 정책에 부응해 별도의 출연금 지원 없이 저희 예산만으로 본원을 옮기면서 2년이상 비상경영을 감수한 것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로 인해 전사적 노력으로 위기를 극복하면서 지역 특화의 항공우주 사업 발굴과 공공기관 최초 중증 장애인 오케스트라단 창설 등 다양한 성과를 거둔 현 시점에도 적절한 지원자가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습니다.

최근 서울 구로구 KTL 서울분원에서 유동훈 한국산업기술시험원 노동조합 위원장과 차기 원장 선임에 따른 논란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최근 서울 구로구 KTL 서울분원에서 유동훈 한국산업기술시험원 노동조합 위원장과 차기 원장 선임에 따른 논란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현재 KTL 내부는 어떻습니까?

▲참담합니다. 내정예상자가 결국 임명된다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시험·인증기관인 우리 KTL이 '산업부에서 버림받은 곳', '아무나 올 수 있는 곳'으로 인식돼, 시장 경쟁력 상실과 함께 회복하기 어려운 위기가 올 것이라는 우려가 큽니다. 이에 최근 진행한 '내정 철회와 재공모 요구' 서명 운동에 약 800명의 직원이 동참하였습니다. 아울러, KTL 내부 최고 고위직인 각 본부 부서장은 내정 예상자가 부임하면 보직을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표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신임 원장이 KTL에 부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저희는 큰 경험과 능력을 갖춘 제대로 된 분이라면, 공무원 출신이든 정치인이든 소위 말하는 '낙하산 인사'도 대환영입니다. 국내 기업을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산업 환경에 발맞춰 시험인증 지원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서는, 관련 기술연구와 함께 미래 시장으로 도전할 수 있는 전문성과 추진력을 갖춘 인물이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산업기술 분야의 시험인증을 지원하는 공공기관으로서의 목적을 다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최근 서울 구로구 KTL 서울분원에서 유동훈 한국산업기술시험원 노동조합 위원장과 차기 원장 선임에 따른 논란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최근 서울 구로구 KTL 서울분원에서 유동훈 한국산업기술시험원 노동조합 위원장과 차기 원장 선임에 따른 논란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수립하고 있습니까?

▲저희는 KTL의 명운을 걸고 투쟁을 지속해 나갈 계획입니다. 현재 산업부 정문 옆에 현수막을 걸어 부당함을 주장하고 있고, 장관님과 대통령실에 여러 경로를 통해 민원을 거듭 제기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도 여야 구분 없이 지속적으로 저희의 입장과 임추위의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철저한 인사검증과 함께 '적격자 없음, 재공모 바람'으로의 회신과 함께 큰 경험과 능력을 갖춘 고위 행정관료 출신 또는 비중 있는 정치인이 오실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임명이 강행된다면 1200명 전 직원이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단결된 힘을 모아 출근 저지와 퇴진 운동 병행 및 모든 노사 대화를 거부할 것입니다.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