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조선업과 철강업계간 후판 가격 협상이 본격화됐다. 철강업계는 인상을, 조선업계는 최소 동결을 주장하며 맞설 전망이다. 다만 후판가격 하락 요인이 다수 존재해 수익성이 악화된 철강업계가 고민에 빠진 상황이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철강업계가 올 하반기 후판가격 협상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후판은 두께 6㎜ 이상 두께 철판으로, 주로 선박 건조에 사용된다. 후판은 선박 건조 원가의 20% 정도를, 철강사 전체 매출의 15% 가량을 차지한다.
올 상반기의 경우 후판 가격이 톤(t)당 80만원 후반대에 합의가 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하반기(90만원 중반)에 비해 후판 가격이 내려간 것인다.
올 하반기 역시 가격 하락 요인이 다수 존재한다. 우선 후판의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올 초만해도 t당 140달러선이었지만 최근에는 t당 90달러 초반 선까지 추락했다.
중국산 저가 후판 유입도 가격 하락을 이끌고 있다. 중국산 후판은 국내산 후판보다 t당 10만원 가량 저렴하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산 후판 누적 수입량은 68만8000t로 전년 동기보다 12% 증가했다.
공급 과잉도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가 '철강산업 에너지 절감 및 탄소 배출 저감 행동 계획'을 발표해 하반기 감산에 대한 기대감이 고개를 들었지만 이는 신규설비 제한 및 생산량 조절 등 원론적인 이야기에 불과해 실제로 언제 얼마만큼의 감산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는 지적이다.
실적이 악화된 철강업계는 후판 가격 인상 및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조선업계는 선가가 높은 선박의 수주 실적이 경영실적으로 전환되는 시기인만큼 수익성 확보를 위해 후판 가격 최소 동결을 피력하고 있다.
철강업계는 협상 과정에서 국제 가격 및 원가 포인트 등이 고려되기 때문에 큰 폭의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하방압력이 큰 만큼 후판 가격 인상 명분 및 논리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철강업계는 이번 협상에서 경쟁력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프리미엄 제품을 통해 중국산보다 품질이 좋다는 것이다. 일례로 현대제철의 경우 후판공장의 열처리 설비증설 공사를 연내에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중국산 제품을 지속 사용할 경우 국내 후판 경쟁력이 약화되고 향후 해당 시장에서 중국에게 휘둘리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어필할 부분이다.
또 조선업계가 호황이던 10여년 전 후판 공급난을 해소하기 위해 후판 공장을 증설했다는 점, 조선업계가 불황이었을 때 후판 가격 인상을 최소화했다는 점 등을 내세울 전망이다. 아울러 철강업계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 3번 연속 후판 가격 하락은 부당하다는 목소리도 낼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후판 가격은 원가 이하 수준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면서 “인하 기조가 지속되면 국산 후판 경쟁력을 해칠 수 있고 프리미엄화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지금은 윈윈하는 방향이 필요하다”면서 “상생의 관점을 생각해야 한다”고 전했다.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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