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머티리얼즈가 사업 진출 3년 만에 실리콘 음극재 생산을 시작했다. 실리콘 음극재는 전기차 배터리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충전 시간을 단축하는 이차전지 소재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SK머티리얼즈와 그룹14테크놀로지가 합작 설립한 'SK머티리얼즈그룹14'가 실리콘 음극재 시생산에 돌입했다. 그룹14테크놀로지는 최근 경북 상주에 위치한 합작공장에서 실리콘 음극재를 출하, 고객사에 공급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고객사명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전기차와 가전제품용 배터리 제조사라고 소개했다. 회사 측은 “실리콘 음극재 샘플을 납품했고, 내년 출시가 예상되는 전기차와 가전제품용 배터리 성능 테스트를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테스트를 통과해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 본격적인 양산 단계로 넘어갈 전망이다.
SK머티리얼즈그룹14는 SK머티리얼즈가 실리콘 음극재 사업을 위해 미국 배터리 소재사인 그룹14와 2021년에 세운 회사다. 지난해 상주에 생산능력이 연간 2000톤 규모인 실리콘 음극재 공장을 완공했다. 3년 동안 준비한 끝에 가동을 시작했다.
실리콘 음극재는 기존 음극 소재인 흑연 대비 이론 용량이 10배 많아 전기차 주행 거리 향상과 급속 충전 성능 개선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실리콘 음극재 기반 배터리 탑재를 확대하면서 수요가 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실리콘 음극재가 적용된 배터리를 양산하고 있다.
실리콘 음극재는 차세대 소재로 주목받고 있지만, 제조가 까다로워 양산에 성공한 기업은 국내 대주전자재료, 중국 BTR, 일본 신에츠 정도로 제한적이다. 충·방전 시 부피가 3배 이상 팽창하는 스웰링 현상이 발생해 기술 난도가 높다. SK머티리얼즈도 이같은 문제 때문에 시생산 돌입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것으로 보인다.
SK머티리얼즈그룹14가 실리콘 음극재 시생산을 시작하면서 국내 경쟁 구도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국내에서 실리콘 음극재를 양산하고 있는 기업은 대주전자재료가 유일하다. SK머티리얼즈그룹14가 대주전자재료와 경쟁 관계를 형성할 지 주목된다. 단, 대주전자재료는 실리콘산화물(SiOx) 제품을 양산하고 있는데, SK머티리얼즈그룹14가 생산하는 소재는 실리콘탄소복합체(SiC) 방식으로 제품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이외 SKC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각각 영국 넥세온과 프랑스 엔와이어즈에 투자해 실리콘 음극재 기술을 개발 중이어서 경쟁이 더 치열해질지 눈길이 쏠린다. 포스코홀딩스 자회사 포스코실리콘솔루션도 포항에 실리콘 음극재 생산 공장을 구축했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