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시장지배적 플랫폼에 대해 사후추정 방식으로 규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입법을 준비하는 가운데 플랫폼 업계의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플랫폼 업계는 공정위가 내놓은 안에 대해 입증 책임이 사업자에게 전가될 수 있고, 반경쟁행위를 차단하기 위한 '임시중지명령제도' 또한 사업자 피해가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 여전하다. 미국의 기업단체도 반대 의견을 명확하게 표현하고 있어 '통상 마찰' 우려도 제기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과 함께 지배적 플랫폼을 규제하기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국회의 대치 상황 등으로 인해 아직 법안 내용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플랫폼 업계와 전문가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 공정위가 플랫폼 규제 방식을 논란이 컸던 '사전지정' 대신 '사후추정' 방식으로 플랫폼을 규제하겠다고 공언했다. 또 반경쟁행위를 금지하면서 지배적 플랫폼의 영향력에 상응하는 강화된 입증책임을 부여하겠다고 했다.
업계는 입증책임을 플랫폼 사업자에게 부과하는 방식에 대해, 규제기관의 책임을 사업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플랫폼 산업을 규제 대상으로만 보는 등 산업에 대한 이해와 진흥에 대한 인식도 부족해 보인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 또한 이 방식에 대해 근본적으로 의문을 표했다
이봉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문제는 단지 입증책임이 사업자에게 전환되는 것뿐만 아니라, 원칙적으로 금지되는 행위가 일반적으로 경험칙상 '경쟁제한'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에 대해 아무런 이론·실증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라면서 “원칙적으로 금지되는 행위라도 경쟁촉진 효과, 효율성과 혁신 증대효과를 가질 수도 있지만, 이에 대한 종합적 고려는 이뤄질 수 없다”고 말했다.
반경쟁행위를 차단하기 위한 서비스 '임시중지명령제도'에 대해서도 우려의 시각이 다분하다. 임시중지명령은 공정위의 최종 제재 결정 이전에도 플랫폼 기업의 반경쟁행위를 중단시킬 수 있는 제도다. 2016년 전자상거래법에 도입됐지만 실제 발동된 건 두 차례 뿐이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에 임시중지명령제도를 반영해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 교수는 “어떤 행위의 폐해와 더불어 법안의 다양한 장점을 제대로 고려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임시중지명령'이 내려지면 자칫 플랫폼의 정당한 사업활동을 과도하게 금지할 우려가 매우 크다”면서 “그 피해는 입점업체나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통상 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는 것도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한다. 미국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매튜 슈루어스 협회장 명의로 낸 입장문에서 “공정위는 미국 기업에만 지나치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준과 정의를 적용하는 등 기존 사전 규제 법안의 많은 비생산적 요소를 그대로 유지한 사후 규제 법안을 새로 제안했다”면서 “한국의 정책 입안자들과 입법자들이 미국 기업을 표적으로 삼고 중대한 한미 경제·안보 관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리스크를 악화시킬 수 있는 사전·사후 규제안을 모두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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