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는 과거 대한민국 발전을 이끈 지역이다. 포항의 철강과 구미의 전자산업, 경산·영천의 자동차부품산업은 국가 경제발전의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대기업 이탈과 일자리 감소, 청년인구 유출, 수도권 중심 정책은 지역 경제를 위축시키며 지역 소멸의 시간을 앞당겨 왔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기업 성장이 곧 경북의 미래'라는 전략을 바탕으로 첨단 기술의 접목을 통한 지역산업 육성이 경북을 다시 일으켜세워 과거 대한민국 경제를 이끈 1등 지역의 위상을 되찾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민선 8기 가장 보람된 일로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을 꼽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대구경북의 백년지대계이자 미래 성장축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아울러 지난 50년간 철강과 전자 중심 산업구도에서 배터리, 반도체, 바이오, 에너지로 지역 산업 DNA를 완전히 바꾼 것도 가장 보람되고 의미있는 성과라고 지적했다.
그는 민선 8기 후반에는 기술과 인재, 자본 순환이 가능한 창업생태계를 조성, 지역 경제에 새로운 역동성을 일으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미리 대비하고 선도함으로써 경북의 성장축을 다시 세우는 데 총력을 쏟고 있는 이철우 경북도지사로부터 민선 8기 전반기 성과와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민선 8기 전반기, 어떤 성과를 남겼나.
▲철강과 전자산업 중심 산업구도를 배터리, 반도체, 바이오, 에너지로 대전환한 것이 가장 큰 성과다. 포항과 구미는 배터리와 반도체 특화단지, 국가산단으로 지정된 안동의 바이오산업은 바이오특화단지로 지정됐다. 경주와 울진의 소형모듈원자로(SMR)와 원자력수소 국가산단도 대한민국 원자력과 수소산업의 허브가 될 것이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5개의 규제자유특구, 농업 대전환을 통한 소득 3배 달성, 교육 대전환으로 글로컬 대학, 교육발전특구 확보까지 혁신적 정책 실험으로 '국가에서 믿고 신뢰하는 경북'이 되어가고 있다.
-첨단산업 육성과 관련해 가장 내세울만한 성과는.
▲지난해 포항 이차전지와 구미 반도체가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선정된 데 이어 최근 포항과 안동이 공동으로 바이오 특화단지로 지정됐다. 이로써 경북은 전국 최다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를 보유하게 됐다. 이차전지, 반도체, 바이오산업의 글로벌 초격차를 선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포항 이차전지 특화단지는 국내 유일의 양극재 전주기 기업 밸류체인을 완성했다. 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 및 영일만 일반산업단지를 중심으로 2030년 전 세계 양극재 수요량 605만톤의 16.5%를 차지하는 100만톤(연산) 생산, 매출액 70조원, 고용창출 1만5000명, 특화 인력 7000여명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포항에 세계 최대 이차전지 원료·소재 생산기지를 구축할 계획이다.
반도체 산업 발상지인 구미는 국가산단 50년의 노하우와 반도체 산업 핵심요소인 넓은 산단 부지, 풍부한 용수 및 안정적인 전력을 완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SK실트론, LG이노텍, 원익QnC 등 반도체 선도기업을 비롯한 350여개 연관기업이 입주하고 있어 반도체 소재·부품산업을 육성하는 데 있어서 최적지이다.
경북은 '반도체 글로벌 초격차 유지를 위한 생태계 완성형 핵심 소재·부품 특화단지 구축'이라는 비전 아래 반도체 소재·부품 기술 자립화, 초격차 반도체기업 육성, 글로벌 반도체 시장 초격차 유지를 목표로 전후방 산업생태계 완성과 반도체 핵심 소재인 웨이퍼 등에서 글로벌 생산 거점으로 거듭나기 위한 특화단지를 육성해 나갈 계획이다.
-포항 사용후 배터리산업 육성사업 계획과 기업지원 방안은.
▲사용후 배터리 산업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친환경 자원순환 체계 구축과 이차전지 산업의 든든한 공급망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미래 녹색 전략산업이다.
경북은 2019년 경북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를 통해 지자체 최초로 포항에 사용후 배터리 관련 사업을 시작했다. 2021년 순수 지방비로만 이차전지 종합관리센터를 준공해 영남권 사용후 배터리 거점수거센터로써 사용후 배터리 재사용·재활용 산업을 선도해 왔다.
또 정부의 K-배터리 발전전략 발표 직후 2021년 8월 경북만이 가진 기회와 강점에 기반한 경북 'G-배터리 발전전략'을 발 빠르게 수립, 지난해 7월 국가첨단전략산업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까지 포항을 중심으로 원료-소재-리사이클링으로 이어지는 친환경 산업생태계를 완성했다.
에코프로, 포스코퓨처엠 등 이차전지 관련 기업 투자는 2027년까지 약 14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주(SK머티리얼즈), 김천(새빗켐), 구미(LG BCM) 등 지역의 특색과 강점에 바탕을 둔 다양한 배터리 관련 기업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경북은 사용후 배터리 자원순환의 통합 컨트롤타워로 이차전지 재활용 산업 지원을 위해 환경부와 함께 경북 포항에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 자원순환 클러스터(2021년~2025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 지난 2월에는 급성장하는 사용후 배터리산업 지원을 위해 '경북 사용후 배터리 산업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최적의 사용후 배터리 산업 환경 조성과 기존에 추진하고 있는 이차전지 관련 사업을 통해 기업지원 역량을 강화하는 등 경북의 신성장 동력을 끌어 올릴 예정이다.
지금은 첨단산업 대전환의 시대다. 이미 경북은 배터리 분야에서도 원료(리사이클링)-중간재(전구체)-소재(양극재, 음극재)의 완결적 밸류체인을 완성한 강점을 가진 만큼 글로벌 흐름과 정부의 정책 방향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사용후 배터리 산업을 육성해 나가는 데 앞장서겠다.
-국제 AI·메타버스 영화제의 의미와 향후 계획은.
▲지난 6월 구미에서 전국 최초로 '2024 경상북도 국제 인공지능(AI)·메타버스 영화제'를 개최했다. 첫해임에도 불구하고 해외 42개국을 포함한 527편의 작품이 접수되는 등 국내외 큰 호응과 관심을 끈 성공적인 영화제였다는 평가다.
이번 영화제는 대한민국의 우수한 기술력과 뛰어난 문화콘텐츠가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산업을 세계에 선보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동시에 영화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또 다양한 분야에 메타버스 산업과 AI 기술이 융합돼 시너지 효과를 내며 상호 발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번 영화제를 계기로 문화와 신기술이 융합된 지역 신산업을 육성하는 마중물로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AI·메타버스와 관련한 소프트웨어.콘텐츠 개발, 디스플레이, 디바이스 제조 등 관련 산업을 함께 육성, '메타버스 수도 경북'을 명실공히 AI·메타버스 산업의 글로벌 혁신 허브로 확고히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해 나가겠다.
미국, 캐나다, 태국, 중앙아시아 등 다양한 국가들과의 교류도 확대해 영화제와 경북의 글로벌 위상을 드높이고, 경북에서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미디어 혁신 허브, 버추얼 휴먼 특화거점, 메타버스 혁신 특구 조성 등 산업 인프라 구축에도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AI 등 첨단기술 기반 스타트업 육성과 기존 제조업의 AI 기술 도입을 위한 정책과 향후 과제는.
▲챗GPT 공개 이후 산업은 물론 일상생활 전반으로 AI 활용이 확산되고 있다. 생성형 AI는 역사상 가장 빠르고 광범위한 디지털 혁신을 불러일으키며 사회경제 전반의 혁신을 촉발하고 있다. AI 경쟁력이 곧 지역경쟁력으로 직결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경북은 지역의 AI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인력 양성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보고 AI 전문가 양성에 집중하고 있다. 포스텍 인공지능 대학원, 산업인공지능대학원을 통해 매년 수십 명의 석·박사급 인재를 배출하고 있으며, 포항·구미·경산·안동 등 거점별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지역 산업체에 근무할 AI 전문인력을 육성한다. 올해만 250명 이상의 AI 인력을 배출할 계획이다.
아울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모사업으로 지역 내 초거대 AI 인프라·플랫폼을 신규 조성해 기업에 필요한 기반과 기술을 제공하고, 지역 중점산업 활성화를 위한 AI서비스 실증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경북의 주력산업인 제조업 위기 극복을 위해 제조현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AI솔루션을 개발·확산하는 제조업 AI융합사업을 통해 제조업 혁신 기반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경북이 이끌어가는 AI시대를 만들기 위해서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전국 최초로 생성형 AI 기술을 도입한 챗봇 서비스 '챗경북'을 개발해 행정업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경북도가 구현하고자 하는 양자기술 산업 추진전략과 계획은.
▲양자산업을 차세대 핵심 산업으로 육성·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6월부터 산·학·연 간담회, 기초연구 수행, 워킹그룹 운영 등을 추진해 왔다. 최근 관련 분야 전문가 등이 참여한 가운데 '경상북도 양자기술산업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경북 양자기술산업 추진전략은 'K-양자산업 선도거점, 경상북도'를 비전으로 인력양성, 인프라 구축, 산업생태계 조성 등 3대 전략과 12개 추진과제를 담고 있다. 이를 통해 2035년까지 전문인력 600명 양성, 양자기술과 연구개발 인프라 구축으로 스타트업 및 120여개의 연관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특히 가속기 등 대형연구·기초과학 연구시설을 갖춰 (가칭)국립양자과학연구원 유치를 통해 양자기술의 고도화와 산업화를 촉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올 하반기부터는 양자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지원하고자 조례를 제정하고 분야별 중점 추진과제에 대한 연구용역 및 공모사업 대응, 국비사업 건의와 사업예산 확보 등으로 양자기술 산업화 촉진에 더욱 속도를 낼 계획이다.
-동해안 수소경제 산업벨트 조성사업 진행 현황은.
▲지난해 7월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를 최종 통과한 '수소연료전지 산업 클러스터 조성사업'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포항 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 내 28만240㎡ 부지에 2027년까지 총 1918억원을 투입하는 사업이다. 기업 집적화와 부품·소재 성능평가, 국산화 시범 등 3개 사업이 핵심이다. 수소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지난해 9월에는 '지방시대 주도 수소경제 대전환 비전 선포식'을 통해 수소 전문기업과 수소 전문인력 육성 등을 통한 수소산업 경쟁력 제고, 하이브리드 청정수소 생산기지 구축을 통한 수소생산·공급 기반 강화, 수소도시 조성, 수소차 보급, 수소충전소 구축 등을 통한 생활 밀착형 기반 확대라는 3대 전략과 세부 과제를 수립, 미래 수소경제를 선도해 나간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알렸다.
원전을 활용한 저렴한 수소를 대구·경북 곳곳에 공급하기 위한 '수소에너지 고속도로 프로젝트'도 추진할 계획이다. 수소에너지 고속도로는 울진의 원자력 수소 국가산단에서 생산된 수소와 포항 영일만항의 수소터미널을 통해 들어오는 수소를 대구·경북 전역으로 공급하는 수소에너지 배관망 구축을 의미한다.
-민선 8기 후반기 집중해야 할 과제가 있다면.
▲창업생태계 조성은 지역 경제에 역동성을 가져오는 지역혁신의 근본이다. 경북은 올해 기준으로 2028년까지 5000억원 이상, 2034년까지 1조원 이상의 펀드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첫걸음으로 올해 1250억원, 2025년에는 2000억원 이상의 펀드를 조성해 G-star밸리의 혁신벤처기업에 성장 단계별 맞춤형 투자 지원을 통해 스타트업 기업 지원을 더욱 활성화할 계획이다.
지난 6월에는 스타트업 초기 투자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경산에 '대경권 엔젤투자허브'를 개소, 운영에 들어갔다. 극초기 스타트업에서 혁신벤처기업에 이르기까지 맞춤형 지원 시스템을 갖췄다.
또 경산 임당유티콘파크 건립으로 자율주행·모빌리티, 정보통신기술(ICT) 등 지역 주력산업 분야 스타트업을 집중 육성해 경북 청년 일자리 창출 및 지역 경제 활성화를 견인한다. 포항에는 민관협력 첨단 제조 인큐베이팅센터를 구축함으로써 첨단분야 시제품 제작에 있어 스타트업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경북은 기업별 성장 사다리 체계에 따른 단계별 맞춤형 지원을 하고 있다. 특히 경북세일페스타는 판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대적인 마케팅 지원으로 경북제품 소비 촉진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매년 유통채널을 확대해 입점 기업을 늘리고, 상품기획부터 제품개발까지 전방위적인 지원을 한 결과, 지난해 기준 수혜기업은 8231개사에 달한다.
기업이 가장 목말라 하는 경영 자금에 숨통을 틔워 주기 위한 대책으로 전국 최대 규모인 1600억원의 중소기업 행복자금을 운영하고 있으며, 고금리 부담 완화를 위해 시중은행과 협업해 이자를 경감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기업 성장은 곧 경북의 미래'라는 마음으로 기업 친화 특구 경북이 되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겠다.
안동=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