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상이 열리고도 한참이다. 사회의 많은 부분이 연산 인프라와 역량에 좌우된 지 오래다. 그리고 기술은 계속 발전한다. 슈퍼컴퓨팅, 고성능컴퓨팅(HPC)이 나날이 새로운 지평을 열어간다. 잘 알아야 대비가 가능하다. 기술의 현재, 미래를 가늠하는 자리가 소중할 수밖에 없다.
국가초고성능컴퓨팅센터를 운영하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올해에도 여지없이 HPC, 계산과학공학 관련 최신 기술을 다루는 자리, '한국 슈퍼컴퓨팅 콘퍼런스(KSC)'를 마련했다.
KSC는 지난 2004년부터 시작, 올해로 21회째를 맞았다. HPC, 계산과학공학 관련 산·학·연·관 전문가 및 학생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학술행사 겸 전시회다. 늘 다양한 발표와 전시로 이목을 끌었다.
올해 KSC 2024는 '액셀러레이팅 디스커버리:HPC 데이터 드리븐 이노베이션(HPC's Data-Driven Innovation)'을 주제로 25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대망의 막을 올렸다. 26일까지 양일간 행사가 진행된다.
특히 올해에는 범용인공지능(AGI) 시대 인공지능(AI) 반도체와 AI 슈퍼컴퓨터 구조, HPC 인프라의 효율적 운영과 활용 전략, 천문과 기상·기후 및 산업 등 다양한 영역의 초고성능컴퓨팅 활용, HPC 클라우드 기술, 고집적 초저전력 반도체 모사 기술 등 넓은 영역을 아우르며 최신 기술 동향을 다룬다.
11개 워크숍, 4개 커뮤니티 포럼을 비롯해 양자 소프트웨어(SW) 개발도구를 활용한 양자컴퓨팅 튜토리얼 등이 한국계산과학공학회 추계학술대회와 함께 이틀에 걸쳐 소개된다.
전에 없이 다루는 영역이 넓다. 행사 기간 중 더케이호텔 3층 거문고홀 로비에서는 다양한 기관·기업 성과와 제품을 볼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됐다.
◇기조강연으로 AGI 시대 HW 가늠
행사 시작을 알리는 기조강연부터 뜻 깊었다. 김정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AGI 시대의 AI 반도체와 AI 슈퍼컴퓨터 구조'를 주제로 행사 첫날 첫 기조강연을 맡아, 향후 AI의 미래인 AGI 시대를 위한 하드웨어(HW)에 대해 견해를 밝혔다.
김 교수는 앞으로 AGI 시대는 레이턴시(지연) 측면에서 강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기반으로 발전을 거듭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 HBM이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품는 등 계산기능까지 갖추게 될 것으로 봤다.
앞으로 우리는 이를 중심으로 기술을 발전시키되 우리가 갖추지 못한 빠른 연결기술, 냉각기술, SW 기술까지 더해야 AI 슈퍼컴퓨터를 이루고 세계 패권을 쥘 수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그동안 GPU, 나노공정이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HBM이 주인공”이라며 “HBM 분야를 잘하면서 다른 것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뒤이어 이도헌 KAIST 교수가 '디지털 가상인체기술 기반 바이오 연구혁신과 연구데이터 공유생태계'를 주제로 강연하며 미래에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바이오' 영역에서 슈퍼컴퓨터, 데이터 과학의 기여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연구 데이터'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연구 데이터는 새로운 연구결과를 생산하고, 반복실험을 제거해 연구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기반이 되는만큼 개별 과학자 책상에서 사라지지 않는 공유생태계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워크숍 마련해 전문 정보 전달
첫날에는 △AI·데이터·HPC 등 디지털 산업 융합기술 △멀티 모달이 열어가는 세상:AI PC △천문분야 초고성능컴퓨팅 활용 고도화 △AI 기반 슈퍼컴퓨팅 인프라 운영 및 서비스 기술의 최적화 및 성능 개선 △데이터센터 및 슈퍼컴퓨팅 공동활용 네트워크 △AI+Physics 하이브리드 컴퓨팅 △기상·기후 분야 초고성능컴퓨팅 활용 고도화 등 7개 워크숍이 펼쳐졌다.
'분야별 특화 국가 슈퍼컴퓨팅 서비스의 시작!!!'을 제목으로 한 포럼, '2024년 한국계산과학공학회 추계학술대회' 콘퍼런스도 있었다.
각 자리에서 복수의 발표가 이어졌다. 특히 'AI·데이터·HPC 등 디지털 산업 융합기술' 워크숍에서는 지능적인 데이터 분석·예측을 가능케 하는 AI, 방대한 정보를 기반으로 통찰을 제공하는 빅데이터, 빠른 데이터 처리와 문제 해결을 지원하는 HPC 등 디지털 인프라의 융합을 다룬 다수 발표가 있었다.
'멀티 모달이 열어가는 세상:AI PC' 워크숍에서는 소형언어모델(sLLM)에 기반한 엣지 AI 구현, 온디바이스 AI 서비스 등 트렌드를 통해 포스트 거대언어모델(LLM)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HPC를 비롯한 막대한 연산 자원이 필요한 천문분야와 물리기반 시뮬레이션, 기상·기후분야 초고성능컴퓨팅 활용 사례와 성과 발표도 워크숍을 통해 다수 소개돼 이목을 끌었다.
◇이튿날도 막대한 지식 공유
행사 이튿날인 26일에도 밀도 높은 지식 공유의 장이 펼쳐질 예정이다. 이튿날 기조강연은 최해천 서울대 교수가 맡아 '기계학습을 활용한 난류유동 정밀 예측'을 소개한다.
최 교수는 난류 유동을 정밀 예측하는 '라지 에디 시뮬레이션(LES)' 기법에 사용되는 서브그리드 스케일(SGS) 모델 개발을 다룬다.
이날 초고성능컴퓨팅 시스템 기술 확보의 주요 요소기술 등을 다루며 HPC 클라우드의 미래도 함께 가늠하는 '초고성능컴퓨팅 및 HPC클라우드 기술', 슈퍼컴퓨팅 기반 고집적 초저전력 반도체 개발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슈퍼컴퓨팅 기반 고집적 초저전력 반도체 실시간 모사기술' 등 워크숍이 진행된다.
△HEP를 위한 머신러닝 △슈퍼비전 챌린지-슈퍼컴퓨터 활용 과학적 가시화 경진대회 △HPC와 6G 오픈플랫폼 등 포럼도 있다.
'양자 SW 개발 도구 PENNYLANE을 활용한 양자컴퓨팅 연구' 튜토리얼도 접할 수 있는데, 양자 영역을 다뤄 KSC 행사 저변을 넓힌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자리다. 양자 컴퓨팅 연구에 필요한 기초 이론, 양자 알고리즘 구현 방법 등을 소개해 양자 컴퓨팅 연구에 관심있는 이들에게 정보를 전한다.
이번 행사와 관련 조민수 조직위원장(KISTI 원장 직무대행)은 개회사에서 “KISTI는 GPU 기반 슈퍼컴퓨터 6호기 도입으로 국가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하고, 대한민국이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기관 노력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초고성능컴퓨팅이 새로운 혁신 동력을 창출하고 국가적,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기술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계기가 이번 콘퍼런스로 마련되길 바란다”며 “앞으로 KSC는 단순 기술 교류의 장을 넘어,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콘퍼런스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