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중순, 많은 천문 애호가들이 페르세우스 유성우 극대기를 맞아 밤하늘에 비처럼 쏟아지는 유성우를 기대하고 있었다. '8월의 우주쇼'로 세간의 주목을 끌었는데 어두운 밤하늘을 가르는 유성들 사이에 유성이 아닌 것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는지 싶다. 바로 인공위성이다.
뉴스페이스 시대 밤하늘에는 별과 달, 금성과 같은 태양계 행성 그리고 유성 말고도 마치 유성처럼 보이는 인공위성들이 빈번하게 돌아다니고, 심지어 맨눈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뉴스에서는 유성과 인공위성을 구별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우리는 인공위성 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시대를 살고 있다. 2020년 약 2000개였던 인공위성은 올해 9월 기준 1만개를 넘어섰다. 현재 작동하는 인공위성 반 이상은 지구 저궤도(LEO)를 도는 미국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위성이다.
한편 세계 각국이 스타링크 위성군과 같은 군집위성을 만들려 하고 있어서 UN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접수된 인공위성 신청 건수는 이미 100만개를 넘었다. 그러니 향후 10년 내에 인공위성 수십만 개가 밤하늘을 활보, 수많은 인공위성들 사이에서 유성을 어렵게 찾아야만 하는 미래가 지나친 공상이 아닐지 모른다.
천문학자는 밤하늘에 늘어나는 인공위성을 계속해서 눈여겨봤다. 이유는 유성우 애호가들이 겪은 애로사항과 같다. 천문대 망원경 관측자료에 유성이 하늘을 가르듯 인공위성이 관측영상에 궤적을 남기고, 전파천문대 수신기 자료에 잡음을 남겨 천문학 연구를 방해하는 사례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밤하늘이 어둡지도 조용하지도 않게 된 것이다.
예상대로 10년 내 인공위성 수십만개가 운영되면 대부분 천문관측 연구는 지금보다 훨씬 더 영향을 받게된다. 그래서 국제천문연맹(IAU)은 2022년 '어둡고 조용한 하늘 지킴이 센터(CPS)'를 출범해 UN 등 국제무대에서 관련 문제를 알리고 해결책을 찾기 위한 국제 공조를 끌어내려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기술 발전과 환경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이 어렵지만 매우 중요한 일임을 깨달았다. 인공위성 덕분에 어디서나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고, 자동차 내비게이션의 도움으로 초행길도 편안히 운전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그 대가로 밤하늘은 인공위성이 별처럼 빛나고, 전파망원경은 인공위성의 전파 잡음으로 소란스러워지며, 인류의 천문학 연구는 커다란 지장을 받을 수 있다.
주요 우주개발 선진국들도 이런 문제에 공감하고 지난해 열린 G7 과학장관 회의에서 '어둡고 조용한 하늘 보호'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선언을 채택했다. 올해 6월 개최된 'UN 우주의평화적이용위원회(COPUOS)'에서도 '어둡고 조용한 하늘, 천문학과 거대군집위성, 새롭게 드러나는 현안과 난제'라는 의제를 공식 채택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UN에서 군집위성이 천문학 연구를 포함해 우리 삶의 다양한 부분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가능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게 될 것이다.
과학자는 문제가 있으면 해결 방법을 찾는다. 스페이스X는 스타링크 위성의 표면에 특수 코팅을 해서 빛 반사를 줄이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지만, 아직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앞으로 선진국들은 관련한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새로운 기술표준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우주개발은 선진국에 비해 수십년 늦어서 그 역사가 비교적 짧다. 하지만 인공위성과 관련된 '어둡고 조용한 하늘 보호'를 위한 기술개발은 선진국도 불과 2~3년 전에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우주개발 업계가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혁신적인 기술로 거대 군집위성 시대에도 어둡고 조용한 밤하늘을 지키는 '지속 가능한 우주개발'을 선도하는 모범국가가 되는 꿈을 꿔본다.
황나래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nhwang@kas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