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POSTECH)은 박수진 화학과 교수·통합과정 남서하 씨 연구팀이 한솔케미칼의 이차전지소재연구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불소를 전혀 포함하지 않은 새로운 바인더와 전해질을 개발해 환경친화적이며 성능도 뛰어난 배터리 기술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25일 밝혔다.
배터리 분야에 친환경 소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현재 리튬 배터리에는 폴리비닐리덴 플루오라이드(PVDF)바인더와 리튬 헥사플루오로포스페이트(LP) 염과 같은 불소 화합물이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 'PVDF-LP' 시스템은 독성이 강한 염화수소(HF)를 생성해 배터리 성능과 수명을 저하한다. 또, PVDF는 자연에서 분해되지 않아 유럽연합(EU)은 이와 같은 과불화화합물(PFAS)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PFAS는 2026년부터 사용이 전면 금지될 가능성도 크다.
연구팀은 이러한 환경적 규제에 대비하고, 배터리의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비불소계 배터리 시스템을 설계했다. LP 기반 전해질을 대체할 리튬 퍼클로레이트(LC) 기반의 전해질과 한솔케미칼의 독자적인 원천기술로 비불소계 방향족 폴리아미드(APA) 바인더를 개발해 불소계 화합물이 없는 'APA-LC' 시스템을 만들었다.
'APA 바인더'는 배터리 내에서 양극활물질과 알루미늄 집전체 간 결합을 강화해 전해질 내 전극의 부식을 막고, 배터리 수명을 효과적으로 늘렸다. 또, 염화리튬(LiCl)과 산화리튬(Li2O)이 풍부한 'LC 시스템'은 계면의 에너지 장벽을 낮춰 이온 이동을 원활하게 함으로써 기존 LP 시스템 보다 빠른 리튬 확산 속도와 우수한 출력특성을 가졌다.
연구팀은 이 APA-LC 시스템을 적용해 1.5Ah(암페어아워)의 고용량 파우치 셀을 제작했다. 이 셀은 고속 충전 실험에서도 높은 방전 용량을 유지하며 우수한 성능을 유지했다. 불소 화합물이 전혀 포함되지 않고, 오로지 비불소계 소재들로 구성된 배터리 시스템의 확장성과 실용 가능성을 입증하는데 세계 최초로 성공한 것이다.
박수진 교수는 “불소 시스템을 단순히 대체한 것이 아니라 높은 용량 유지율과 우수한 안정성을 입증했다”라며, “연구팀의 솔루션은 비불소계 배터리 시스템으로의 전환과 환경 규제 준수를 동시에 가능하게 하여 배터리 산업의 지속 가능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윤영호 한솔케미칼 이차전지소재사업본부장은 “PFAS 규제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고, 2026년 1.7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글로벌 양극 바인더 시장에 진출할 발판을 마련했다”며,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환경친화적인 이차전지 소재를 공급하는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최근 화학 분야 국제 학술지 중 하나인 '케미컬 엔지니어링 저널(Chemical Engineering Journal)에 게재됐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