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폐기물이 발생하지 않는 안전한 전자제품을 구현할 수 있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
갑오징어에서 추출한 미래 전자 소재, '세피아 멜라닌'으로 85일만에 약 97% 생분해되는 친환경 필름이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이광형)은 명재욱 건설 및 환경공학과 교수팀이 클라라 산타토 몬트리올 공대 교수팀과 국제 공동연구로 완전히 생분해되는 세피아 멜라닌 기반 전기 활성 필름을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전자폐기물은 자연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고 납(Pb), 카드뮴(Cd)과 같은 중금속이나 폴리염화비닐(PCB) 등 유해 화학물질을 자연에 유출해 생태계를 오염시킬 수 있다.
한편 생분해성 유기전자소재는 기존 전자제품에 대한 패러다임을 전환할 수 있는 새로운 소재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갑오징어에서 추출할 수 있는 세피아 멜라닌은 생분해성, 저독성으로 지속가능한 미래 전자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은 완전한 분해가 가능한 전기 활성 필름을 구현하기 위해 천연 바이오 소재인 세피아 멜라닌-셸락 잉크 복합체를 플렉소그래피 인쇄 기술을 활용해 은 전극 패턴 종이 위에 인쇄했다.
인쇄 필름이 이산화탄소로 전환되는 정도(광물화도)를 기반으로 퇴비화 조건에서 생분해 거동을 분석한 결과, 85일 만에 약 97% 생분해됨을 연구팀은 확인했다.
인쇄 필름은 육안으로 봤을 때 20일 내에 완전히 분해됐으며, 주사전자 현미경 분석을 통해 박테리아가 인쇄 필름의 생분해에 관여해 퇴비 미생물 군집이 표면에 형성됨을 관찰했다.
한편 인쇄 필름 생분해 산물이 생태독성을 띠는지 조사하기 위해 두 가지 식물 쥐보리와 메리골드를 대상으로 발아 실험을 진행한 결과, 인쇄 필름과 그 개별 구성 성분(세피아 멜라닌, 셸락, 셀룰로오스 등)은 식물에 대한 독성이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 특성을 분석한 결과 세피아 멜라닌-셸락 인쇄 필름은 10-4 S/㎝ 전기전도도를 나타냈다. 해당 전기전도도는 일반 금속이나 고성능 전자 재료에 비해 낮지만 생분해성 및 친환경 특성 덕분에 환경 센서, 생체 디바이스, 일회용 전자제품 등 특정 응용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명재욱 교수는 “세피아 멜라닌, 셸락과 같은 널리 쓰이지 않는 바이오 기반 물질을 활용해 완전히 생분해되는 전기활성 필름을 구현한 최초 사례”라며 “후속 연구를 통해 지속가능한 전자 디바이스 구현을 위한 여러 대안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신형 KAIST 건설 및 환경공학과 박사과정과 앤써니 카뮈 몬트리올 공대 박사과정이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지난 8월 29일 국제 학술지 커뮤니케이션 머티리얼즈에 출판됐다.
한편, 이번 연구는 KAIST 공과대학 석·박사 모험연구 및 창의도전사업(C2연구), 한국연구재단 과학기술국제화사업-한국 이공계 대학원생 캐나다 연수 프로그램 사업 등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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