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관련 유전자 기능을 연구하거나 신약 효능을 연구하는 등 우리 '삶의 질' 향상과 직결된 분야에서도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의 역량이 돋보인다.
Bio-EM이미징중개연구그룹이 그 주인공이다. 이미 굵직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코로나19 펜데믹 당시 코로나 메신져 RNA 백신 개발을 위한 백신 전달체 및 생체 내 분포, 안정성 평가를 위한 평가방법을 정립한 것이 대표적이다. 국가 질병 대응에 첨병 역할을 한 것이다.
충북 오창 KBSI 분원 104동, 바이오EM연구동에서 그룹의 우수 인력과 보유 장비 등을 접할 수 있었다.
'분석과학 마이스터'로 꼽히는 권희석 책임연구원으로부터 전반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분석과학 마이스터는 '명장'을 뜻한다. 외부위원 심의를 거쳐 선정되는데 권 책임은 지난해 이 자리에 올랐다. 전자현미경(EM) 영역에서 최고라는 것이다.
권 책임에 따르면 Bio-EM이미징중개연구그룹은 EM, 그 중에서도 투과전자현미경(TEM)을 주로 이용한다. 전자빔으로 시료를 통과시켜 이미지를 생성하는 방식이다. 상대적으로 저전압인 120킬로볼트(㎸)부터 초고전압 1000㎸에 이르기까지 장비를 연구에 활용한다.
국내 초고전압 TEM은 대전 KBSI 본원(1250㎸), 충북 오창 분원의 그룹 내 장비(1000㎸)가 유일하다. 특히 오창의 것은 바이오 전용(바이오 초고압 투과전자현미경·Bio-HVEM)이다.
권 책임은 이에 대해 “초고전압 장비는 세계적으로도 드문데, 그 중 2기가 KBSI에 존재한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마침 처음으로 본 것이 Bio-HVEM이다. 허양훈 바이오이미징중개연구부장 소개로 살펴봤는데, 그 크기가 막대했다. 허 부장이 놀라는 기자에게 “전체 15m, 무게는 기기만 42톤에 달한다”고 귀띔했다. 시료를 기기에 담으려면 한 층을 올라가야 할 정도였다.
허 부장은 “두꺼운 생물 시료의 3차원 고분해능 구조를 이미징 할 수 있다”고 장비를 설명했다.
시료를 투과한 빔을 필터를 거치게 해 고대비 영상을 얻는 식이다. 그런데 이런 초고전압 장비에 필터 기술을 적용한 것은 그룹을 포함, 세계 단 두 곳 뿐이라고 했다. 그만큼 높은 기술력을 갖춘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상희 그룹장 안내로 저온 투과전자현미경(Cryo-TEM)도 살펴볼 수 있었다. 말 그대로 대상을 얼리는 장비다.
Bio-HVEM에 비해서는 아주 작았지만, 그 가치는 작지 않다고 했다. 이 그룹장은 “생물은 움직이는 만큼 특히 고배율에서 면밀히 살피기 어려운데, 그렇다고 화학 고쟁액을 이용해 고정하면 시료에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며 “얼음결정이 생겨 시료가 훼손되지 않도록 아주 순간적으로 얼리는 것이 Cryo-TEM의 가치”라고 말했다. 이어 “약물이 작용하는 핵심 구조를 파악하는 데 이만한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 그룹장은 그룹 역량이 세계 기준으로도 상위권에 속한다고 자부했다. 그리고 앞으로 큰 성과들을 낼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글로벌톱전략연구단에도 참여하는만큼, 앞으로 바이오 분야에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정부 투자를 통해 장치를 더 늘릴 수 있다면 성과는 더욱 배가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