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 올인원 로봇청소기의 청소능력은 제조사별 차이가 없는 수준으로 상향 평준화됐다. 청소기 본연의 기능인 흡입청소나 물걸레질을 얼마나 잘 하느냐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집 안 구조를 얼마나 똑똑하게 인식하고 자율 주행하는지, 사용자가 안심하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가 점점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올해 출시한 '비스포크 AI 스팀'을 약 2주간 사용해보니 '회피력'과 '친절함'이 가장 큰 장점으로 다가왔다.
흔하게 집 안 바닥에 늘어져 있는 충전선, 양말 등 바닥에 흩어진 물건을 흡입했다가 청소가 중단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앞의 장애물을 인식하면 충분한 거리를 두고 주행 동선을 변경한다.
장애물을 인식·회피하는 것은 큰 장점이지만 반대로 여유 간격을 두고 회피하다보니 그만큼 청소 영역이 줄어드는 아쉬움도 있었다.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인 스마트 포워드로 장애물 회피 기능을 보완할 수 있는 만큼 향후 이 문제도 차차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
비스포크 AI 스팀의 또 다른 무기는 첫 설치부터 청소 마무리까지 사용자에게 꼭 필요한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친절함이다. 스마트싱스로 연동하면 장점이 극대화된다.
비스포크 AI 스팀의 포장 박스를 열고 전원을 꼽으면 집안 내 갤럭시 스마트폰 등 다른 삼성전자 기기가 연결된 무선 네트워크 정보를 인식해 그대로 적용한다. 와이파이 셋톱박스를 찾아 일일이 정보를 입력해야 하는 불편이 사라진 것이 상당히 큰 편의로 와 닿았다.
첫 맵핑을 하니 예상 청소면적과 예상 청소 시간을 음성으로 안내했다.
이후 청소 기능을 작동시키면 물걸레 세척-청소-먼지통 흡입-물걸레 건조의 각 과정마다 남은 시간을 스마트싱스 앱에서 친절하게 보여준다. 먼지통 흡입이나 걸레 세척·건조 시 소음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특히 이때 남은 시간을 알 수 있어 유용했다.
첫 맵핑 후 인식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매일 예약한 시간마다 AI 스팀이 동작하면서 조금씩 집안 구조를 정교화해나갔다. 고양이 용품이 거실에 몰려있는 복잡한 집안 구조를 잘 인식했다.
외부에서 카메라를 이용해 반려동물의 모습을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이 과정에서 항상 막연하게 느껴지던 집 안 영상 유출 등 보안에 대한 불안감은 삼성전자의 보안 솔루션 '녹스'로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AI 스팀은 UL솔루션즈의 사물인터넷(IoT) 보안 최고등급인 '다이아몬드' 등급을 획득했다.
믿을만한 보안 수준과 스마트싱스 기반의 편리한 기능은 첨단 가전제품 사용을 어려워하는 부모 세대도 비교적 쉽게 사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절한 음성 안내 기능에 더해 삼성전자의 패밀리 케어 서비스까지 감안하면 청소기 본연의 기능은 물론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사용을 마치고 제품을 반납하자 며칠 후 스마트싱스에서 알림이 왔다. 필자가 사용하던 AI 스팀이 다른 스마트싱스에 연동됐다며 연결이 자동으로 끊어지고 모든 기기 정보가 사라졌다. 사용 후까지 높은 보안성을 유지하는 것을 보니 더욱 마음이 놓였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