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산업이 원통형 배터리 소재인 니켈도금강판 공장을 완공했다. TCC스틸이 국내 유일하게 공급하던 소재인 데, 이제 경쟁체제로 전환됐다.
동국산업은 26일 경북 포항시 남구 장흥동에 위치한 공장에서 니켈도금강판 전용 라인 준공식을 개최했다. 회사는 1330억원을 투자, 연간 최대 13만톤 규모 니켈도금강판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우선 8만톤 수준으로 1차 가동에 나설 방침이다.
이원휘 동국산업 대표는 “준공식을 기점으로 다음달부터 시제품 테스트를 실시할 예정”이라며 “시황에 따라 변동 가능성이 있지만, 내년 2분기에 제품 승인을 받아 양산 및 판매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니켈도금강판은 가정용 전동공구와 전기차 등에 탑재되는 원통형 배터리의 원재료다. 석도원판(BP)을 세척하는 전처리 과정 이후 니켈을 1~6마이크로미터(㎛) 두께로 도금하고 후처리와 품질 검사를 거쳐 완성된다. 완제품은 캔 형태로 만들어지고, 이차전지 제조사에 납품돼 원통형 배터리가 된다.
그동안 국내에서 니켈도금강판을 양산하는 업체는 TCC스틸이 유일했다. 글로벌 기준으로는 일본 토요코한이나 NSC 등도 니켈도금강판 양산력을 갖췄지만, TCC스틸은 2001년 국내 최초로 니켈도금강판을 개발한 이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선점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원통형 배터리에 적용되는 니켈도금강판은 TCC스틸이 사실상 전량 공급 중이다.
동국산업이 후발주자로 뛰어들면서 원통형 배터리 캔 시장 변화가 예상된다. 독점 공급 구조가 깨져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실제 원통형 배터리 캔을 삼성SDI에 공급하는 상신이디피, LG에너지솔루션에 납품하는 LT정밀과 동원시스템즈 등은 동국산업을 이원화 업체로 지정해 니켈도금강판을 조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원통형 배터리 캔 업체 고위 관계자는 “동국산업이 밸류체인에 합류하면 제품 공급 안정성이 높아진다”며 “단가 인하도 가능해져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니켈도금강판은 그동안 활용처가 한정적이어서 TCC스틸이 독점해왔지만, 테슬라가 원통형 배터리를 전기차에 탑재한 뒤 수요가 늘면서 동국산업이 뛰어들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국면에서도 원통형 배터리는 테슬라가 주도하는 차세대 4680(지름 46㎜·높이 80㎜) 시장 개화에 따라 물량 증가가 예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지름 46㎜ 원통형 배터리 양산을 준비 중이다.
동국산업은 미래 먹거리 확보 차원에서 니켈도금강판을 추진했다. 회사는 지난 상반기 기준 매출의 절반 수준이 내연기관차에 적용되는 냉연특수강 부문에서 발생했는데, 전기차 전환 추세에 맞춰 신사업을 준비했다. 열 처리 공정 차별성을 기반으로 TCC스틸 아성에 도전할 계획이다.
포항(경북)=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