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업황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마이크론의 4분기 실적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26일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가 급등했다. 여전히 우호적인 메모리 수요를 바탕으로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 불거졌던 반도체주에 대한 의구심이 가라앉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SK하이닉스 주가는 전일(16만5300원) 대비 7.92% 급등한 17만8400원으로 거래를 시작해 전일 대비 9.20% 상승한 18만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메릴린치, 모간스탠리, 제이피모간 창구에서 외국인의 대량 매수세가 유입되며 상승을 주도했다.
삼성전자도 상승세를 탔다.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6만2200원) 대비 2.73% 상승한 6만3900원으로 거래를 시작해 상승세를 탔다. 장중 골드막삭스에서 꾸준히 매도 물량이 나오면서 상승세가 제한됐지만 전일 대비 4.02% 상승하며 6만47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다만 이날도 역시 외국인은 삼성전자 매도세를 이어갔다. 지난 3일부터 15거래일 연속 순매도 일색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상승세 속에 코스피 지수도 급등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2.90% 상승한 2671.57로 거래를 종료했다.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한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 10개는 이날 일제히 상승했다. 코스닥 역시 전일 대비 2.62% 상승한 779.18로 마감했다.
간밤 메모리 업황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마이크론의 4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를 웃돈 영향이 크다. 마이크론은 이날 장마감 후 실적발표에서 2024회계연도 4분기 매출액이 전년동기 대비 93% 증가한 77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76억6000만달러)를 웃돈 기록이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마이크론 주가는 14.75% 상승했다.
마이크론의 회계 분기 마감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보다 1개월 앞선다. 마이크론의 실적이 한국 메모리반도체 업계의 실적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이유다. 이번 마이크론 실적에서 여전히 강력한 인공지능(AI) 및 고대역반도체(HBM) 수요를 확인했다는 평가다. 지난 15일 모건스탠리가 발간한 '겨울이 온다(Winters loom)'는 보고서 안팎으로 불거진 '반도체 겨울론'에 대한 우려도 사그라드는 분위기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마이크론의 실적 발표에 이어 다음달 8일로 예정된 삼성전자의 잠정 실적 발표가 반도체주 반등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마이크론 실적 내용에서 AI 방향성 재확인과 더불어 PC·모바일 관련 우려의 일부 해소가 가능한 재료가 확인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상승세가 기술주와 반도체주 전반으로 확산돼 주도권을 쥐기에는 아직 불확실성이 남았다는 시각도 여전하다. AI가 실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논하기는 아직 시기상조일 뿐 아니라 미국의 '빅 컷' 금리 인하 안팎으로 불거진 경기에 대한 의구심 역시 해소되지 않아서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술주 주도력 회복을 위해서는 결국 경기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면서 “반도체의 전년대비 증가율 정점 통과 우려는 지나치게 순환적 관점에서 기반했을 가능성이 있고, 한국 반도체의 상대 밸류에이션은 마이크론과 비교시 2014년 이후 최저치로 펀더멘털보다 지나치게 반응했다 판단한다”고 밝혔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