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학교는 기존에 학적 및 입시 관리·장학·성적·수업·도서관 이용현황 등 필요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30분이 걸렸다. 대학기관연구(IR, Institution Research) 도구인 ETL(Extract·Transform·Load)을 도입 후 이 모든 학생전주기 테이블을 분석하는 데 3분이 소요됐다.
대학에서 각종 데이터가 늘어나면서 이를 효율적으로 축적하고 관리하기 위한 IR 도입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재정과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대학은 불필요한 과정을 줄이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교육과 연구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현우 동국대 정보운영팀 과장은 “ETL은 오래 걸리는 데이터를 미리 적재하는 도구로, 여러 곳에 분산돼 있던 데이터를 한 곳에 모아 볼 수 있도록 하는 장치”라며 “예전에는 모아놓은 데이터 자체가 없었던 것을 이제는 한 번에 조회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IR은 대학 차원의 전략계획 수립, 정책개발 및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전 활동을 의미한다. 대학 행정을 통해 생산되거나 외부에서 획득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연계·분석해 의사결정에 도움 되는 정보를 산출하는 역할을 한다. 이미 미국, 일본 등에서는 IR 활용이 활발하다.
우리나라는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IR을 도입해 현재 많은 대학에서 IR을 통한 데이터 관리에 나서고 있다. 대학의 IR 센터는 대학 내 데이터 수집과 분석, 데이터 통합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이를 통해 대학 성과관리와 전략계획 수립, 정책개발 등을 지원한다. 디지털 대전환(DX)이 가속화 하면서 대학 내 IR센터 역할도 중요해지는 추세다.
숙명여대는 IR 활용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교육혁신원 대학IR 센터를 설치한 숙명여대는 교육 관련 데이터 통합과 분석을 활용한다. △신입생 요구·실태 조사 △전공교육 요구 조사·수업 관련 교수 및 학생 설문 △수업평가 분석 및 수업자가진단 △교육만족도 조사, 분석, 공유 △비교과 통합 관리 등 IR이 활용되는 분야는 다양하다.
이재경 숙명여대 교육혁신원장은 “대학의 여러 부서와 학과에서 데이터가 많이 생성됐음에도 활용과 분석이 단발적이고 일시적으로 이뤄졌었다”며 “IR 도입으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어 궁극적으로는 교육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직·간접적 근거 자료를 만들어 줘 정책 결정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대학에서도 인공지능(AI) 도입과 빅데이터 활용을 활성화하면서 데이터 수집 방식과 데이터 처리 등이 중요해지고 있다. AI의 주요 기능인 효율화, 자동화, 예측 가능성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장상현 KERIS 교육데이터센터장(한국대학IR협의회장)은 “대학이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지속 가능한 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기반 과학적 의사결정이 필수적”이라면서 “AI가 대학에 유입되면서 AI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얼마만큼 데이터를 확보했는지가 중요해진다”고 말했다.
향후 대학이 IR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전문인력 지원을 비롯한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장 센터장은 “대학 내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서 전문인력이 시급한 상황이고, 성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는 분야이다 보니 대학에서 우선순위로 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총장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고 IR에 대한 지원이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