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독자위원회가 전문가를 만족시키면서 일반인도 읽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전자신문이 기술적 전문성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독자층을 아우르도록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지의 확장성을 고려한 독자층 설정을 과제로 제시했다.
위원들은 인공지능(AI)을 심층적으로 다룬 42주년 창간기획 보도, 중국 TCL QDTV 논란 기사, AI와 플랫폼 등 분야별로 전문성 있는 기획 기사에 대해 호평했다. 반면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오피니언 리더를 선도하기 위해 기사 방향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기업과 정부 소송 관련 기사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AI와 딥페이크 등 기술적인 쟁점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부분을 다루면서도 기술적인 해결책을 제시해 달라고 했다.
전자신문 내부의 제도 개선에 대한 주문도 이어졌다. 디지털 전환에 대응하기 위한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과 QR코드 활용, 전담 연구개발(R&D) 부서와 대기자 제도 신설, 해외 기술 동향 보도 강화를 위한 현지기자 파견 등을 제안했다.
〈독자위원회 참석〉(위원장 이하 가나다순)
△이재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위원장)
△권영상 SK텔레콤 부사장
△김경환 서울대병원 융합의학기술원장
△민명기 로앤굿 대표
△박청원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 상근부회장
△손승현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회장
△안완기 한국생산성본부(KPC) 회장
△오세천 LG전자 전무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상임부회장
△전윤종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원장
△주은영 베스트핀 대표
△최희재 전자신문 편집전문위원(간사)
◇전윤종=내용이 좋은 기사, 보완이 필요한 기사를 몇 개 정리했다. 7월 17일자 '외국인 개발자 채용 위해 비자 문턱 낮춰야' 한다는 기사는 잘 지적한 기사다. 우리 산업이나 우리 경제 앞으로 동력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인력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정말 많이 논의될 것 같다. 산업 현장에서도 외국인 인력이 없으면 안 된다고 한다. 우리가 미국 정도까지는 하지 못하더라도 국내 대학에 와 있는 동남아나 중앙아시아나 인력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과제다. 가장 첫 번째 걸림돌이 비자인데, 기사는 그걸 잘 지적했다.
보완이 필요한 기사는 8월 9일자 '알리바바닷컴, 韓전용 웹 '파빌리온' 오픈' 기사다. 예전에는 중국에 대해 상당히 잘 이해했다. 코로나 이후 중국에 대한 생생한 소식을 접할 기회가 상당히 줄었다. 지난 3~4년 동안 정말 중국의 기술이나 산업은 질적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그래서 중국에 관한 뉴스나 소식을 '레거시' 언론에서 보면 반갑다. 좀 더 입체적인 분석을 좀 해줬으면 좋지 않았을까. 중국에 대한 심층있는 현장 기사,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이뤄지는 중국 기업의 관련 내용을 깊이 다뤄주면 좋겠다.
유튜브와 동영상을 계속 강화해야 되지 않을까. 우리나라가 2021년 기준 2만개가 넘는 인쇄 미디어가 활동하고 있다. 경쟁이 정말 '레드오션'이 돼 버렸다. 주요 언론사들에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업, 특히 유튜브 사업을 굉장히 확대하고 있다. 전자신문의 전문성을 활용해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좀 더 젊은 독자들, 새 독자들이 계속 유입될 것이다.
◇주은영=전자신문은 AI 관련 부서를 따로 만들 정도로 AI 관련 기사를 집중 발굴하고 있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다. AI가 발전하는 것만큼 그걸 또 악용하는 점도 존재한다. 소비자에게 피해가 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또는 기업 입장에서, 네거티브한 부분도 같이 나열해주면 좋겠다.
전자신문이 대형 빅테크 위주로 기사를 다루는 것도 맞지만 스타트업 기사도 써 달라. 스타트업과 기존 레거시 기업의 밸런스를 잘 맞춰 중간자 입장에서도 좀 나열해 줬으면 좋겠다. 팁스(TIPS)에 올랐던 기업이 이제 창업의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기사 또는 이제 딥테크 스타트업 중심의 한국형 투자 모델을 확립해야 된다는 식의 기사도 많이 작성해주면 좋겠다.
◇손승현=전자신문은 대표적인 정보통신기술(ICT) 전문지로서 위상을 잡아나가고 있다. 사회적 이슈를 대할 때 접하는 방식도 전자신문은 좀 달라야 되지 않나라고 생각한다. 최근 딥페이크 관련 얘기가 언론에서도 많이 나온다. 일반 언론은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했다. 그것도 방법일 수는 있지만 최소한 전자신문은 달라야 한다.
전자신문도 딥페이크를 다루긴 했다. 하지만 더 이상 방치하면 안 된다, 심지어는 일부 전문가 말을 인용해 기술로는 못 막는다, 그래서 법 제도로 처벌 강화해야 된다라고 했다. 이것보다는 오히려 AI를 활용해 논쟁이 무성해지고, AI를 활용해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이런 기술적인 접근을 심층적으로 해야하지 않을까.
탄소중립도 마찬가지다. 배출을 억제하기보다는 데이터센터를 좀 더 고효율 저전력화 할 수 있는 그런 기술 개발 방법은 없는지 등을 좀 더 심도 있게 다루면 일반 신문과 차별화가 될 것이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이공계 교수를 포함해 업계와, 연구소, 출연연구원 등 다들 내년 예산에 관심이 많다. 전자신문에서도 올해 예산에서 여러 가지 이슈화를 많이 했다. R&D 예산이라든가 정부 예산 편성 문제점, 또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없었는지를 파편적으로 계속 다뤘다. 좀 더 종합적이고 전방위로 분석해 건설적인 제안을 해야 된다.
◇권영상=전자신문은 ICT에 근무하는 종사자의 지식 창구였고, 제안하는 역할도 했다. 최근에는 과거의 오피니언 리더를 '리딩'하는 역할보다는 '오피니언 게더' 쪽 기능이 좀 더 강하지 않은가 걱정하고 있다.
9월 24일자 1면 톱 기사가 방송통신발전기금이 30% 급감하고, 글로벌 기업에 대한 징수를 할지 말지에 대한 토론이 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요약이 잘 돼 있다. 굉장히 많은 이해관계가 걸려 있고 어느 한쪽 편을 들기에는 무거운 주제다. 기사에서 글로벌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 확장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징수 기준이 너무 과거에 제정돼서 현행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기금 운용의 목적을 좀 부합하게 징수해야 된다, 이런 다양한 제안이 있었다. 결론적으로 전자신문이 제안하는 방향성은 어떤 것인지 빠져 있다.
8월 19일자에 눈에 띄는 기사들이 있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유상임 장관이 3일째 출근하는 날이었는데,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때문에 혼란스러웠다. 전자신문에서 전문가 10명을 불러 이제 인터뷰 토론을 했다. 좋은 의견이 많이 나왔다. 아쉬운 점은 왠지 모르게 독자 의견을 리딩하기보다는 독자 눈치를 살피는 모습이 보였다. 과감하게 논의해줬으면 한다. 같은 날인데 6면에는 과기부 장관에 대한 제안 기사가 있었다. 이런 종류의 리딩하는 기사를 전자신문에서 다뤄주면 좋겠다.
◇안완기=창간 42주년 기획으로 1면부터 시작해 AI 지도까지 거의 20면을 AI 전문지처럼 다뤘다. 굉장히 잘한 것 같다. 분석도 전문적이다. 반면 반대 쪽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얘기하고 싶다. 일반 독자가 계속 쫓아오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있다. 개별 주체별로 어떻게 살아가느냐 하는 것을 알려줬으면 좋겠다.
AI는 세계무역기구(WTO), 자유무역협정(FTA),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같은 단어처럼 1~2년 후면 다 체화될 것이다. 하나의 어젠다라기보다는 당연한 관습으로 보여질 것이다. 비전문가들이 지금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얘기도 많이 나와야 한다.
◇오세천=올해 3분기 전자업계의 가장 큰 이슈는 독일에서 열리는 '베를린 국제 가전 박람회(IFA)'다. 전자신문에서 다각도로 다뤄 좋았다. 대기업의 에너지 고효율 전쟁이나 해외 신기술, 한국과 독일 스타트업 매칭 등 기사를 여러 각도에서 다뤘다. 아쉬운 점은 IFA가 토요일, 일요일에 열린다는 점이다. 이런 큰 이벤트나 어젠다가 있을 때에는 토요일자는 그냥 PDF만 발행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전자신문 정도면 어떤 실리콘밸리나 반도체 관련 대만 외신들, 주요 부품의 수급 문제 가격 문제, 기술 트렌드들을 그날그날 놓치지 않고 다뤄주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실리콘밸리나 대만 정도는 커버해야 한다. 매일이 어렵다면 일주일치를 한 며칠 뒤에 봐도 큰 문제가 없는 이슈를 모아, 제목만 보면 이게 어떤 얘기를 다루는 뉴스구나라고 알 수 있는 정도의 제목만 달아주고 QR코드를 찍어 볼 수 있게끔 해주면 된다. 실리콘밸리나 대만에 기자를 두는 것도 방법이다.
창간기획 1면 사진이 마음에 들었다. 캡션을 보고 웨이퍼가 눈에 비치고 있다는 점을 알았다. 이런 종류의 강력한 어젠다를 말할 수 있는 사진에 대한 고민을 계속했으면 한다.
◇김경환=헬스케어 정보기술(IT)에 대한 내용을 전반적으로 말하겠다. 올해 대형병원 중심으로 종이를 벗어났다. 병원에서 손으로 쓰는 것이 거의 없다. 서울대 병원 중심으로 15~20년 사이 일어난 일이다. 우리나라 대표 병원정보시스템을 망라해 소개하고 향후 어떤 식으로 협업하고 보건의료의 공단데이터나 실병원데이터와 융합하는 등 방향을 제시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한 예로 서울대병원에서 일반 흉부처리 수천장이기 때문에 첫 번째 오는 환자 아니면 판독 안 한다. 요즘은 AI가 판독하고 이상하다고 하는 것들만 리스트해주면 판독하고 바꿔주고 컨펌하는 식이다. 우리나라 특징은 '바텀업'에 가깝다. 미국은 어떤 것을 넣어야 된다고 하면 판권을 주지 않는다. 에픽이나 써너 같은 미국 전자회사 것을 60~70%가 쓰고 있고 미국은 병원끼리 소통 베이스는 돼 있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반에 필요성은 절감하고 병원 자체 전산통합시스템을 했다. 바이오, 헬스, 데이터, 클라우드가 너무나 복잡하게 산재됐다. 조금 더 심도 있게 다룰 때가 됐다.
◇이승규=요즘 벤처 생태계가 진짜 아주 완전히 무너지고 있다. 너무 많이 무너지고 있어서 많은 위원회에서 진짜 생태계 관련된 부분을 얘기해도 반영되지 않는다. 바이오 산업은 혁신기업을 가진 벤처생태계를 갖추기엔 한계가 있다. 바이오의 기술을 건드리는 것도 있을 수 있지만, 생태계를 건드려주면 좋겠다. 바이오 산업은 불합리한 요소가 많고 산업 발달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거기에 맞는 생태계가 필요한데, 어느 누구도 인지를 못한다. 그런 것을 찾아줬으면 좋겠다.
혁신기술이 기술특례 상장으로 기술에 대해 펀드로 수혈하자는 목적인데, 지금은 상장하면 5년 내 매출 30억원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은 2년 내 매출처를 만들어야 한다. 좋은 기술을 갖춘 회사들이 화장품, 휴지 장사를 한다. 그러다보니 핵심 기술 개발이 늦어지고 있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건드려야 한다. 자극적인 워딩을 해서라도 각성하지 않으면 벤처 생태계가 많이 어렵다. 그런 부분을 전자신문이 바이오쪽에서는 생태계를 철저히 건드려야 한다.
◇박청원=전자신문 1면을 보면 많이 바뀌었다. 깨끗하다. 이슈가 바로 보인다. 예전에는 개별 기업 기사가 많았다. 사진과 안 맞았는데 지금은 이슈가 눈에 확 들어온다. 'K제조 현장을 가다' 현장을 뛰면서 시리즈를 내는 것 상당히 좋았다. 전문성 있는 보도를 해달라고 했는데 AI에 관한 것도 많이 다뤘다. 'K플랫폼'에 대한 것도 다양한 시리즈로 냈다.
언론이 보도를 했으면 그 이후 상황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마무리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 TCL의 QDTV에 QD가 없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훌륭한 점은 TCL이 얘기하니 그것에 대한 우리 전문가 의견을 내 방어하고, 'ET톡'으로 결론적으로 이렇게 개선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기사는 이렇게 돼야 한다고 본다. 기사의 책임, 신뢰성을 상당히 인상깊게 봤다.
해외 기사를 싣는 것도 좋지만 해외 전문가 시각도 중요하다. 전자신문에는 'ET시론'이 있다. 거기에 국내 전문가만 하면 똑같은 이야기가 나오는데 같은 산업에 대해 해외 전문가가 보는 것은 완전히 다를 수 있다. 그런 시각을 ET시론에 한 번 보여주고, 독자들이 판단하도록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민명기=홈페이지 개편한 부분이 뿌듯했다. 1회때 홈페이지 보여주면서 불편하다고 했는데 다 반영됐다. 카테고리 관련 기사가 연계 안 됐었는데 잘 돼 있더라.
'리걸테크 산업진흥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안' 분석 기사를 칭찬하고 싶다. 권칠승 의원이 발의한 리걸테크 관련 법안을, 하나하나 다 파지 않으면 모르는 것들을 다 샅샅이 봤다. 티메프 사태와 리걸테크 접점 분야도 잘 찾았다.
개선이 돼야 할 부분은 LG CNS가 보건복지부와 소송을 한다는 내용의 기사다. IT 업계와 정부 간의 이 국가 계약과 관련한 분쟁이 많다는 내용을 다룬 것은 심층적이었다. 그런데 소송 내용은 별로 없다. 불확실한 소송을 트리거로 문제를 제기한 것인데, 마치 현재 이 소송이 문제가 있는 것처럼 돼 있다. 소송이나 이런 분쟁을 다룰 때는 조금 더 민감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재현=저널리즘 측면에서 말하겠다. 지난번에 기획면이 중요하다고 했다. 대기자 제도를 도입해서 해외든 국내든 트렌드를 읽어내 방향을 제시하면 좋겠다. '데일리'로 가기보다는 길게 호흡을 봐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R&D 부서 같은 것을 두면 좋겠다. 비용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투자라고 생각해야 한다.
전자신문의 가장 큰 딜레마는 독자가 누구냐에 대해 끊임없는 혼란이 있는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독자상은 해당 분야 전문가이거나 그에 준하는 전문가다. 일반인을 위해 해설도 하지만 전자신문의 주 독자층은 아니다. 문제는 전자신문의 확장성이다. 독자층을 어떻게 설정할지가 중요하다. 일반인과 전문가의 이분법적인 구도가 아니라, 전문가와 일반인이 같이 읽을거리가 있는 기술적인 주제를 실어야 한다.
42주년 AI 기획 아주 훌륭하다. 내용을 보니 편집국 전체가 준비를 해왔다고 느낌을 받을 정도다. AI 맵핑 인상 깊었다. 다방면에 걸쳐 전문가 의견을 들어보니 신문에서 흘려보기 아쉽다. 하나의 파일로 묶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정리=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사진=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